문건의혹 박주선씨 맴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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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대검 중수부 11층 조사실에는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최광식(崔光植)총경을 비롯한 사직동팀 관계자 5명, 그리고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과 친분이 깊은 전 검찰 직원 李모씨 등 7명이 있었다.

최초 보고서 추정 문건의 작성.유출과 관련, 수사선상에 오른 전원이 한 자리에 모여 조사받았다.

10여일 동안의 수사과정 중 이런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의 문건 유출 수사가 막바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다각도의 수사를 통해 확보한 정황과 진술 증거를 이들에게 들이대 최종 혐의자를 가려내고 사건 전모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朴전비서관을 축으로 여러차례 대질신문을 했다. 검찰은 여기에서 사건의 윤곽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미 문건 작성의 경우 사직동팀에서 이뤄진 것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남은 의혹은 문서의 보고.유출 경위다.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는 크게 朴전비서관이 金전총장에게 문건을 전달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경우 두 갈래로 진행돼 왔다.

전 검찰 직원 李모씨를 소환하고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 두번째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검찰은 金전총장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깊고 검찰 재직 때 오랫동안 범죄정보 수집 업무를 담당했던 李씨가 문건 유출에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은 "李씨의 경우 주변 정황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인일 뿐이다" 고 말해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아무래도 사직동팀 보고선상의 정점에 있던 朴전비서관의 개입 여부에 보다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사직동팀 관계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인 데다 일관되기 때문이다.

崔팀장은 朴전비서관에게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하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한때 진술이 오락가락했으나 재소환 이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직동팀 실무자들도 분리신문에서 보고서 작성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朴전비서관이 "내사 중간 결과를 구두로 보고받았을 뿐 문제의 문건을 본 적이 없다" 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사직동팀 관계자들이 사전에 입을 맞췄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李기획관은 "관련자들에게 조금도 억울함이 없도록 치밀하고 신중하게 조사한 뒤 결론을 내릴 방침" 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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