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깊이읽기] 현대 미술에 부친 ‘연애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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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것이 현대적 미술
임근준 지음, 갤리온
456쪽, 2만원

미술관에 갈 때마다 유독 아쉬워지는 친구가 있다. 미술사를 공부해 작품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줄 수 있는 친절한 친구. 미술사적 의의까지 곁들여 작품보는 시야까지 넓혀주는 똑똑한 친구. 이 책은 그런 친구같다. 지독한 장난같고 알쏭달쏭한 구석이 많은 현대미술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책의 목차에도 개성이 엿보인다. 우리시대의 피카소·사진과 영상의 고민·본다는 것의 의미·일상의 고고학 등 16가지로 나눴다. 저자는 로버트 라우센버그,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를 ‘우리시대의 피카소’에서 소개했다. 저자는 라우센버그가 추상표현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새로운 문법을 개발했는지를 설명해준다.

영국의 괴짜 듀오 길버트와 조지는 ‘에이즈 시대의 미술’에 등장하는데, 지은이가 본문 끝에 달아놓은 ‘추신’이 흥미롭다. 이들이 영국 현대미술의 대표주자로 꼽히지만, 영국의 대표 컬렉터인 찰스 사치는 이들의 작품을 단 한 점도 구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각 장의 특성에 따라 주목할 만한 한국 아티스트들도 자연스럽게 소개해 손동현, 구동희, 김옥선, 최정화 등을 세계 현대미술이라는 큰 흐름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저자는 이 책을 가리켜 ‘일종의 연서집’이라고 말했다. 현대 미술을 향한 사랑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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