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존폐' 정치권 찬반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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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국가보안법 존치 필요성을 역설함에 따라 정치권에서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열린우리당내 개정론자들과 폐지론자들이 국보법의 존치 필요성을 강조한 대법원 판결을 놓고 재차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에 이어 대법원도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재차 확인했다며 폐지론을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내 개폐 논란= 당내 긴급조치세대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이슬'의 간사인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3일 "아직도 북한 동조세력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시대착오적이고, 우리 사회의 튼튼함을 믿지 못하는 레드컴플렉스"라며 대법원 판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우 의원은 이어 대법원이 북한의 체제 전복 시도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치권의 국보법 폐지론에 우려를 표시한 것과 관련, "우리는 무장해제를 하자는 게 아니다"며 "내란죄와 범죄단체구성죄 등이 다 형법에 있기 때문에 국보법을 폐지해도 국가안보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대법관들은 민족문제와 분단에 대해 한번도 고민하지 않고 한평생 기득권에 취해 살아온 사람들"이라며 "우리사회 곳곳에 청산되지 않은 수구세력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대법관들을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김 의원은 또 "대법원이 국가보안법 존치를 거론했는데 법률 개폐 권한은 입법부의 고유권한"이라며 "과거청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냉전시대에 임명된 대법관들은 한평생 어떤 판결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반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일부 국보법 개정론자들은 인터넷 등에서 폐지 찬성론자들부터 '보수주의자'로 몰리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내 '국보법의 안정적 개정을 추진하는 모임(안개모)'을 주도하고 있는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지역구에서는 "여당에도 안정감을 주는 의원이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반면,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제2의 박 홍'이란 별명을 얻는 등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국보법 개정론자인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당내 온건파가 개혁성향이 부족하거나, 비겁한 사람으로 매도되지만 옳은 주장을 접을 수는 없다"며 "도가 지나치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소리를 듣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이 정치권을 겨냥하는 등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대법원은 특수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감안해서 판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념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당내 상황에 대해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당내 개정론자들의 주장이 수구파들의 개정 주장과는 다르다"며 "국보법 개폐논쟁은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건강한 논쟁"이라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어 "국보법 개폐 문제는 정기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프로세스(절차)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천 원내대표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사법부는 독립적인 상태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고, 입법부도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법원 판결 적극 환영=김덕룡 원내대표는 4일 "대법원이 국가보안법 존치입장을 밝힌 것은 일부 정치권이나 단체의 폐지 주장에 우려를 표한 셈"이라며 "열린우리당이 여당이면서도 다수 의원들이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안보현실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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