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연방국 첫 재결합] 러 벨로루시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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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러시아와 벨로루시가 8일 역사적인 통합조약에 조인, 러-벨로루시 연방 구성을 선언했다.

러시아.벨로루시.우크라이나 3국이 벨로루시의 벨로보즈스카야에서 소련 연방 조약 이탈을 선언함으로써 소련 연방이 해체된 지 꼭 8년 만의 일이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통합조인서에 서명한 후 뜨거운 포옹으로 슬라브 연방의 결속과 부활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와의 통합작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물론 옐친과 루카셴코의 희망대로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통합에 가세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러시아계가 많은 동부 우크라이나와 크림 자치공화국 등에서는 통합, 혹은 분리 무드가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며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도 확실하다.

물론 이날의 조인식으로 당장 러-벨로루시 공화국이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조인 문서가 양국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넘어야 할 기술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러시아나 벨로루시 국민 대부분이 통합에 찬성하고 있고, 의회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이날부터 러-벨로루시 연방이 새롭게 출범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실제로 양국 국경 초소와 민스크~모스크바를 운행하는 열차에서는 연방 조인식 축하행사로 양국 국민이 보드카를 나누는가 하면 서로 껴안고 춤을 추기도 했다. 러시아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들의 경우 벨로루시 비자 없이도 이미 출입국이 허용되는 등 러-벨로루시 연방의 효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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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간 통합 조인의 역사적 의미는 옛 소련 연방에서 갈라져 나갔던 공화국들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다시 합쳐진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이다.

이번 통합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에 대한 슬라브 국가들의 공동 대응이라는 성격도 강하다.

벨로루시가 러시아와 통합동맹을 맺음으로써 러시아는 서유럽과의 국경에 대한 군비 증강과 신생 동유럽 국가들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러-벨로루시는 95년 이후 계속 통합작업을 추진해 왔으며, 97년 4월 옐친과 루카셴코가 모스크바에서 양국 통합의 의향서격인 '벨로루시-러시아 통합 조약' 안에 1차 서명한 바 있다. 98년 12월 25일 러-벨로루시간 장기적 통일을 위한 공동 성명을 채택했고, 이날 마침내 본 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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