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성장’ … 그러나 안심은 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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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GDP는 ‘서프라이즈’=3분기 GDP 성장률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둔 28일 시장에는 갑자기 비관적 전망이 퍼졌다. 골드먼삭스가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하향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2.5%에서 2.3%로 낮추는 등 성장률 하향조정이 잇따랐다. 각종 부양책의 약효가 다됐다는 게 주 이유였다. 그러나 상무부 발표는 이런 부정적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비록 인위적인 경기부양 덕이라고 해도 일단 미국 경기는 바닥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GDP 성장률 발표가 최소한 ‘W’자형 더블 딥(이중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미국의 소비지출이 3분기 3.4%나 증가했다. 이는 2007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미국의 소비는 GDP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경기 회복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주택 부문에 대한 투자도 23.4%나 늘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의 경기 전망 분석기관인 블루칩이코노믹인디케이터스(BCEI)는 내년 말까지 분기 성장률이 플러스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양책 약효 언제까지?=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회복세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체감경기가 지표경기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부양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NBC방송이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기 하강이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은 58%로 전 달(52%)에 비해 높아졌다. ‘향후 1년간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42%로 전 달(47%)보다 줄었다.


실제 미국의 소비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자동차 판매와 신축주택 판매가 8월을 단기 정점으로 9월 이후 주춤하고 있다. 미국의 9월 신축주택 판매는 40만2000채로 전 달보다 3.6% 줄었다. 신축주택 구입자에게 8000달러의 세제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 다음 달로 끝나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판매도 내리막이다.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은 8월 말에 종료됐고 이로 인해 9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 달보다 51만여 대나 줄어든 74만5535대에 그쳤다.

고려대 오정근(경제학) 교수는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소비증가→투자확대→고용증대→경기회복’이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만큼 미국 정부는 출구전략을 미루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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