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국가 R&D 컨트롤타워로 재편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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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과학계와 정계 등 각계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국가 연구개발 컨트롤타워로 그 역할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핵연료 연구실. [중앙포토]

2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이상민(자유선진당) 의원은 ‘연구개발(R&D) 컨트롤 타워’로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의 대폭적인 기능 강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수행한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해내려면 국과위를 방송통신위원회 수준으로 강화해야 하고, 상설 사무국을 두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서울대 홍국선(재료공학) 교수도 7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초청 ‘과학기술 종합조정체계 발전 방향’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한 계단 더 높이 올라서려면 국과위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과위가 이명박 정부 들어 과학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R&D 관제탑’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는 주문이 정치권과 과학계에서 잇따른다. 현재 그런 일을 할 만한 조직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국가 과학기술을 총괄하던 옛 과학기술부가 현 정부 들어 교육부에 통합돼 교과부가 된 데다 R&D 기능마저 여러 부처로 흩어져 버려 ‘관제탑’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겉보기엔 파워 조직=국과위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연직 위원장이 돼 과학기술계의 중요 의제를 다룬다. 교과부의 일뿐만 아니라 범부처의 과학기술 관련 의제가 이곳으로 올라온다.

현 정부 들어 다섯 번의 본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고 모두 이 대통령이 주재했다. 그만큼 국과위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국과위에서 ‘신정부의 국가 연구개발 투자전략’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산업 R&D 전략’ ‘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 ‘녹색기술연구개발종합대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 등 숱한 국책 R&D 정책이 의결 확정됐다.

국과위의 하부 조직인 운영위도 매달 열려 과학기술계 현안을 심의한다. 국과위 사무국 역할을 맡은 교과부 측은 “이처럼 활발하게 국과위 운영위원회가 활동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각종 사안이 국과위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에 운영위에서 논의되는 구조다. 대통령이 국과위를 몸소 챙기고, 운영위가 자주 열리지만 관제탑 역할로 미흡하다는 과학계와 정치권의 지적은 왜일까.

◆힘 발휘할 수단 부족=국과위가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 조정하려면 그에 합당한 정책수단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R&D 예산의 조정과 배분, R&D 과제의 평가와 결과 반영 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힘이 없다. 현 정부 들어 이런 기능을 가졌던 옛 과학기술부 혁신본부가 해체되면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과학기술 정책이 재정부에 좌지우지되는 구조다.


홍 교수는 “각 부처 과학기술 정책과 현안에 대한 국과위의 총괄 조정 기능이 미약하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산업·금융 정책, 인력 정책, 지역 정책에 대한 조정 기능은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과위 사무국은 교과부의 작은 부서가 맡는다. 과거 100명 넘는 과기부 혁신본부가 사무국을 맡았던 데 비해 초라하기 그지 없다. 이상민 의원과 박영아·서상기(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인들은 과학을 전담하는 부처를 당장 독립시키기 어려우면 국과위의 기능을 시급히 정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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