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들이 증권귀재 등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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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증권회사 직원들이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투자주식의 시세를 조종, 손실을 입히겠다고 협박해 20억원을 뜯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1부(李勳圭부장검사)는 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과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朴모(30)씨 등 D증권 전.현직 직원 4명과 J공업 黃모(47)이사 등 5명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朴씨 등은 지난 1월 27일 주식투자자 李모(35)씨가 S산업 주식 80만여주를 1천5백50원에 '공매도' 한 것을 알고 계속 이 회사 주식을 사모으면서 "50억원을 주지 않으면 주가를 1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 고 협박, 20억원을 갈취한 혐의다.

공매도란 매매계약후 3일 안에 주식을 넘기도록 한 규정을 이용,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낸 뒤 거래가 체결되면 해당 주식을 사들여 사후결제하는 것으로 판 때보다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맞을 경우 차액을 챙기게 된다.

검찰조사 결과 朴씨 등은 협박 2~3일 전부터 3백50여차례에 걸친 허수성 매수주문, 상한가 분할매수 등을 통해 S산업 주가를 1천1백75원에서 1천7백80원으로 조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李씨의 공매도 사실을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S산업 주식이 관리종목으로 모두 2백80만주에 불과한데다 매도.매수 수량이 맞지 않는 경우 각 매수자들에게 같은 수의 주식을 나눠주도록 한 규정을 악용, 적은 양의 상한가 주문을 계속 내 李씨가 결제에 필요한 주식을 확보치 못하도록 했다.

검찰은 "공매도한 주식을 3일 안에 확보치 못하면 계좌가 동결되며 주가조작으로 주가가 1만원대 이상으로 오를 경우 李씨는 엄청난 빚을 지게돼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고 설명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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