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12월31일 하루만 갚자" 은행·기업 '눈가림작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대기업 부채비율 2백% 준수시한과 금융기관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산정을 앞두고 은행.기업들이 물밑작전을 펼치고 있다.

은행.기업들은 결산일인 12월 31일 하루만 대출금을 줄여놓은 뒤, 내년초 곧바로 다시 대출을 일으키면 자금사정의 변화 없이 각각 사활이 걸린 BIS.부채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해' 가 맞아 올 연말에는 그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 연말의 부채비율과 BIS비율 계산에 대한 '눈가림' 논란도 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BIS비율 산정시 위험가중도가 높은(1백%) 기업여신을 줄이기 위해 만기 내에선 언제든 상환할 수 있는 회전대출과 당좌대출에 대해 결산일 하루만이라도 갚으라고 요청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로 거액을 쓰는 기업들에 자금상황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연말에만 꺼달라고 협조요청을 했다" 며 "대출금중 10% 정도는 상환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또 은행.투신사 등에서 매입하는 기업어음(CP)도 만기?연말을 넘기는 것은 거의 없는 상태다.

30대 그룹 계열사 재무담당 임원은 "CP는 만기를 12월말로 정하고 내년 1월 4일 재기표하기로 합의했다" 고 밝혔다.

이 임원은 "과거에도 결산 직전에는 빚을 일시적으로 줄였으나 내년부터는 부채비율이 여신확보와 신용평가의 관건이 되기 때문에 올 연말엔 하루, 이틀 결제자금만 남기고서라도 부채를 최대한 상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연말에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은행 대출금의 규모는 CP 등을 합해 10조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금융계 관계자는 예상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러한 편법을 막기 위해선 금융기관.기업 결산때의 대출금을 월말 잔액 대신 월중 평균잔액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평잔 계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