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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스닥 내일 첫 거래 … 수혜 기업 주가 들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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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스닥(CHASDAQ)시장이 30일 첫 거래를 시작한다. 정식 명칭이 촹예반(創業板)인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다. 이미 900만 개가 넘는 계좌가 개설되는 등 초반 열기가 뜨겁다. 차스닥의 인기가 중국 본토 증시는 물론 국내 코스닥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규모만 봐선 아직은 미미하다. 28개 종목이 상장돼 시가총액이 155억 위안(약 2조7000억원) 정도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선전증시와 비교하면 0.1%도 채 안 된다.

하지만 투자 열기 면에선 무시할 게 아니다. 지난달부터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기업공개(IPO)에 2조 위안(약 350조원) 가까이 몰렸다. 청약 당일엔 중국 상하이증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도 했다.

차스닥시장의 거래가 시작되면 당장 중국 본토 증시에서 개인 자금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 대신증권 성연주 연구원은 “1997년 한국에서도 코스닥시장이 열린 뒤 코스피시장의 개인 순매수가 줄었다”며 “본토 증시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유통주에서 해제된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국 증시로선 물량 압박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다만 조정이 길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차스닥에 상장된 종목의 성격이 상하이나 선전증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의료업종이 절반 이상인 차스닥은 고기술·고성장 기업 위주로 구성됐다.

성향이 비슷한 국내 코스닥시장은 간접적으로나마 차스닥 덕을 볼 수 있다. 차스닥이 주목을 끌면 아시아 벤처기업에 대한 글로벌 펀드의 관심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차스닥에 상장된 IT기업의 주가가 호조를 보인다면 이와 관련된 국내 IT기업에 대한 관심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차스닥에 상장할 만한 자회사를 가진 국내 기업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파인디앤씨는 중국에 있는 손자회사 ‘범윤전자’가 내년 상반기 차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8일 이 회사 주가는 14.12% 급등했다. 비에이치·3노드디지탈·옴니텔 등 중국 현지회사를 갖고 있는 기업의 이름도 수혜 종목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자회사가 상장 요건을 충족하려면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차스닥시장이 점차 코스닥 못지않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국 내에 상장하려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매출액이 상장 기준(5000만 위안)의 두 배가 넘는 기업만 중국에 3000개가 넘는다. 중국 정부도 차스닥시장을 순조롭게 안착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이번에 상장심사를 통과한 149개 기업 중 28개 초우량 회사만 엄선해 상장시킨 것도 이런 노력 중 하나다.

토러스투자증권 이원선 연구원은 “차스닥으로 중국 개인의 증시 참여가 활발해지면 소비 여력도 따라서 커질 수 있다”며 “차스닥의 성장이 결국 삼성전자·롯데쇼핑·아모레퍼시픽 등 중국시장에 정착한 한국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스닥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 코스닥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수 있다. 그동안 코스닥에 상장하려던 중국 기업이 차스닥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은 차스닥에 외국 기업이 상장할 수 없게 막아놨지만 이를 허용할 경우 국내 기업을 차스닥에 뺏길 가능성도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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