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청학동 훈장 3형제 '직장인에 고전 지혜 가르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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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리산 남쪽자락 삼신봉 아래 청학동(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마을에는 우리의 전통 서당 7곳이 들어서 있다.

청학동 출신 훈장들이 초.중.고교생과 직장인 등을 상대로 한학과 전통예절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주말과 방학 등을 이용해 사서삼경(四書三經) 등 고전과 전통 예절을 배운다.

이들 서당 가운데 가장 오래된 청학서당을 운영 중인 서재옥(徐在鈺.38).재근(在根.31).재성(在星.26)훈장 3형제. 멋들어지게 기른 콧수염과 머리에 쓴 탕건(宕巾)은 영락없는 조선시대 훈장 모습이다.

이들은 초등학교 문앞에도 가 본 적이 없고 청학동 서당에서 종아리를 맞아가며 한학을 배웠다.

조상들은 대대로 청학동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이들은 대여섯살 때 서당에서 한글.사자소학(四字小學)을 배운 것을 시작으로 스무살 무렵 주역(周易)까지 섭렵했다.

전국의 유명 한학자들을 찾아 다니며 학문을 넓히는 '외부 수업' 도 틈틈이 해왔다.

농번기에는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도 했다.

청학서당이 문을 연 것은 지난 89년 3월. 부모 곁을 떠나 서울에서 서당을 1년쯤 운영하던 큰형 재옥씨가 집안의 논 5백여평에 서당(연건평 1백50평)을 지었다.

마을 어린이들을 가르쳐오다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전국의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제자들이 점차 늘어나자 5년 전 대전에서 서당을 운영하던 둘째를 불러들였고 고향을 지키던 막내까지 동참시켰다.

"직장인들에게는 산업사회를 살면서 심각하게 접하게 되는 조직.사람간의 갈등을 사서삼경의 기본인 충.효.신(信)으로 푸는 방법 등을 가르칩니다. "

이들 3형제는 컴퓨터도 잘 다루고 노래방에서 팝송 한두곡씩 뽑을 줄도 아는 X세대 훈장들이다.

'청학서당' 이라는 홈페이지(http://www.start.at/seodang)까지 운영한다.

올 겨울방학 동안 문을 여는 정원 1백명의 특별강좌 등록은 두달 전에 이미 마감됐을 정도로 전국에 명성이 자자하다.

큰형인 재옥 훈장은 "최근 한학과 전통예절에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한학을 공부하는 선비로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며 "두 동생을 장가보낸 뒤 이곳에서 훈장일을 계속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지리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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