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언씨가 밝힌 '김태정씨와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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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동아건설 고문 박시언(朴時彦)씨는 30일 새벽 검찰의 1차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朴씨는 金전총장이 92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이던 시절 사적인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그 뒤 "金씨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맘에 들어 친해졌다" 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한햇동안만 대검청사 등에서 10여차례 만날 정도의 사이가 됐다.

金전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와는 한두차례 부부동반으로 만났으며, 자신의 처가 延씨와 '앙드레 김' 의상실을 같이 간 적도 있다고 했다.

朴씨는 로비 의혹에 대해 "사법처리 문제는 검찰총장이 핵심이고 언제든지 전화해 만날 수 있는데 왜 정치인 등 다른 사람에게 로비하겠느나" 고 반문했다.

그는 총장실을 자주 가 총장부속실의 비서관.여비서도 안면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문제의 사직동팀 보고서 복사도 여직원이 해줬다는 것이다.

朴씨는 또 보고서 중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 회장 구속 의견 부분이 삭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金씨 성격에 그 부분만 가리고 줬을 가능성은 없다" 고 잘라 말했다.

朴씨는 金전총장이 수사 초기에는 "수사 결과를 두고보자" 는 입장을 보였다가 옷로비 사건이 난 이후로는 "최순영은 나쁜 사람이다. 회개하라고 하라" 며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金전총장과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고 한다.

검찰 주변에선 朴씨의 발언 내용이 대체적으로 사실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둘 사이의 특별한 관계는 검찰 중견간부급 정도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김영삼(金泳三)정부에서 임명됐던 金전총장이 朴씨와 줄곧 친분을 맺어오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 직후 일산 자택에서 독대하는데 朴씨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며 "그래서 朴씨의 잦은 부탁이나 방문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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