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 입찰 심사 점수 돈받고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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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형 관급공사 발주시 입찰업체에 매수돼 심사 점수를 조작한 대학교수 46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3부(李貴男부장검사)는 30억원 이상 관급공사의 일괄입찰(턴키 베이스) 설계심의와 관련, 돈을 받고 특정업체의 심사점수를 올려준 혐의(배임수재)로 K대 曺모(59)교수 등 대학교수 46명을 적발, 이 가운데 曺교수 등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또 6백만~1천만원을 받은 교수 10명은 약식기소하고 받은 돈이 5백만원 이하인 21명에 대해선 명단을 건설교통부에 통보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들에게 돈을 준 15개 건설업체 중 H건설 李모(46)전 이사 등 3개 업체 관련자 3명을 배임증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교수 25명의 소속대학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 등 14개 대학에 이른다.

검찰에 따르면 曺교수는 지난 95년 3월부터 관급공사 설계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李전이사 등으로부터 14차례에 걸쳐 5천4백만원을 받은 혐의다.

H대 孫모(54).K대 宋모(65)교수는 각각 3천6백만원.3?백만원씩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조사 결과 이 교수들은 금품뿐 아니라 골프.술자리 접대 등도 받아왔으며 업체들은 연구용역을 의뢰하면서 용역비를 과다하게 책정해 교수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적발된 건설업체들은 시공경험.입찰가격 등에 대한 배점에선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설계부문에선 큰 점수차가 나도록 돼있는 심사방식에 따라 설계심사 담당 교수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로비를 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李전이사는 로비의 귀재로 알려져 공사당 30명선인 입찰심사 위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절반 정도에게 수백만원씩 뿌렸지만 거절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 말했다.

검찰은 H건설에서 로비자금으로 뿌린 돈만 1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다 건설업계의 로비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점에 비춰 입찰비리에 연루된 교수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아파트 건설공사와 관련, H건설로부터 2천만원씩 받은 安모(39)씨 등 전 성남시청 공무원 2명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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