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한나라당 ‘외고 해법 긴급 토론회’ 날 선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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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린 ‘외고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박성수 명지고 교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강성화 전국외고교장협의회장(고양외고 교장). 이들은 외고 폐지·존속, 학생 선발권 제한·유지, 교육과정 개편·유지 등 3대 쟁점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경빈 기자]

사교육의 주범인가, 글로벌 영재 양성 기관인가. 외국어고를 둘러싼 교육계 논란이 27일 재점화됐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소장 진수희 의원)는 이날 외고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전국외고교장협의회장), 최원호 대원외고 교장, 박성수 명지고 교장,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 강윤봉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대표, 나성린·박영아·임해규·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등이다. 이들은 ▶외고 폐지·존속 ▶학생 선발권 제한·유지 ▶교육과정 개편·유지 등 3대 쟁점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외국어고에 대한 참석자들의 시각은 각양각색이었다. 간담회를 연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백지상태에서 다양한 외고 문제 해법을 수렴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법안을 내놓아 논란을 증폭시킨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토론회에 나오지 않았다. 토론은 두 시간 이상 벌어졌지만 참석자들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존속이냐 폐지냐=최대 쟁점은 외고의 존폐 문제였다.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은 “외고는 국가경쟁력에 보탬이 되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학생들을 명문대를 보내왔다”며 “외고가 죄를 지은 것처럼 몰아붙여 폐지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고 주장했다.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도 “외고를 폐지하면 오히려 학교다양화 정책이 후퇴할 위험이 있다”며 “입시 개선을 먼저 유도한 뒤 관리감독에 따르지 않는 학교를 폐교 조치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과연 사교육을 받지 않고 외고에 입학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되받았다. 이어 “외고를 폐지하면 이명박 정부의 자율화 교육정책이 퇴보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이번 기회에 외고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5~10년 후 외고 졸업생이 사회의 파워엘리트 그룹을 형성할 경우 외고는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공룡 같은 존재이자 성역이 될 것”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선발권 제한이냐 자율이냐=외고 개편 문제는 외고의 학생선발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줄 것인가로 귀결됐다. 박성수 명지고 교장은 “외고를 폐지한다고 사교육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외고가 학생선발 면접에서 국어·영어·수학 시험을 보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편법운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고 교사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좋은 학생 받으면 외고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학생선발권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강윤봉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대표는 “외고는 당초 설립 목적에서 많이 어긋났기 때문에 학생을 추첨식으로 선발하는 자율형사립고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외고 교장들은 특수목적고를 유지하면서 입시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강 교장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영어독해시험을 폐지하고 듣기평가만 시행해 왔던 것”이라며 “듣기평가조차 문제가 된다면 그것을 폐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학생들을 치열한 입시준비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외고는 중3 내신만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과정 개편=현재 외고 교육과정이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에 걸맞은지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진 의원은 “최근 수능점수 상위 30개 학교의 대부분이 외고이고, 판·검사 임용의 대다수가 외고 출신임이 드러나면서 외고가 입시기관화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엄 대변인은 “글로벌 인재 육성은 이미 모든 일반고에서도 내세우는 비전”이라며 “외고는 선발권 특혜를 통해 최상위권 학생을 모아놓은 기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원희 교총 회장은 “외고 교육과정은 이미 일반고의 세 배 이상으로 외국어 과목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며 “외고의 입시기관화는 고교 교육 전체가 대입에 종속돼 있기 때문이지 외고 교육과정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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