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력 재배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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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있는 해군 항공기지를 방문해 장병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장병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오바마 대통령 사진을 찍고 있다. [잭슨빌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26일 미군 헬리콥터 3대가 추락해 미군과 미국 정부요원 14명이 사망했다. 사고였지만 하루 사망자론 2005년 6월 이후 4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인명 피해다. 게다가 이날 사고는 전날 이라크에서 2건의 차량 폭탄테러로 최소 155명이 숨진 뒤 일어났다. 이처럼 아프간 상황이 악화되고, 이라크 정정 불안은 나아지는 기미가 없는 상태여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라크 내 미군을 빼 아프간에 증파해온 그의 전력배분 계획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큰 피해 낸 헬기참사=이번 미군 헬기 사고는 서부와 남부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서부에선 헬기가 추락했고, 남부에선 미군 헬기 2대가 충돌했다. 서부지역 헬기 추락사고는 미군 7명과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 3명을 숨지게 했으며 26명이 크게 다쳤다. 남부 지역에선 헬기 충돌로 4명의 병사가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미군 당국은 “두 사건 모두 적군의 공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아프간전 미군 사망자, 올해 최다=지난 8월 한 달 아프간 내 미군 사망자 수는 2001년 아프간전 개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51명의 미군이 전사해 아프간전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고, 미국은 애도 분위기에 빠져 들었다. 이달엔 이미 43명의 희생자가 나온 상황에서 헬기 사고까지 일어났다.

 ◆“이라크 정부, 미군 주둔 요청할 수도”=문제는 아프간 증파 결정이 이라크 철군과 광범위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지난주 “우리는 주된 노력을 이라크로부터 아프간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히 전날 터진 이라크 연쇄 테러는 이라크에서 발을 빼려는 오바마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 증파 결정 서둘지 않겠다”=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파병 결정에 어느 때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 잭슨빌 해군비행장에서 “미군을 전쟁에 내보내는 엄중한 결정을 절대로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파병 결정을 하더라도 성공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한 분명한 임무 제시와 함께 충분한 장비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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