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판 쑥대머리 좀 들어보소 판소리와 오페라가 만났다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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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판소리와 오페라를 섞은 ‘판페라’를 선보이는 오케스트라 아리랑의 연주 모습. [오케스트라 아리랑 제공]

열두 살에 동편제 거장인 강도근 명창의 눈에 띄어 판소리에 입문한 소리꾼 오지윤(44)씨. 열여덟에 연극 ‘보이체크’로 데뷔해 뮤지컬 스타가 된 남경주(45)씨. 이 둘은 요즘 한 무대에 서는 연습에 한창이다. 바이올린·첼로 등 서양 악기를 연주하는 단원 15명과 피리·해금 등 국악기 연주자 34명도 연습에 동참한다. 서로 다른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음악은 뭘까.

답은 ‘판페라’다. 오씨는 지난 4월 ‘오케스트라 아리랑’을 창단해 ‘판소리’와 ‘오페라’의 개념을 섞은 ‘판페라’를 선보였다. 몇 시간짜리의 판소리 중에서 인기 있는 대목 5~6분 정도를 추려내 혼합 오케스트라 반주로 들려주는 형식이다.

오씨는 “판소리 중 대중이 좋아하는 부분에 오페라의 극적인 요소를 섞어 무대에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쑥대머리’다. 옥에 갇힌 춘향의 심경을 표현한 부분에 소리꾼과 서양식 창법의 코러스, 오케스트라 아리랑이 함께한다. 8분 정도로 축약해 친숙한 구조로 만들었다. 프로그래머인 엄태용씨는 “북 장단에만 맞춰 노래하는 판소리의 틀을 깨려고 했다. 듣기 편한 음악을 최우선으로 하는 연주 단체라고 봐달라”고 주문했다.

30일 열리는 공연에서는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에 붙인 음악과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 등을 오케스트라 아리랑의 방식으로 연주한다. ‘쑥대머리’는 물론 판소리 ‘심청가’ 중 인당수 가는 길 등도 들을 수 있다. 공연 수익 일부는 불우이웃 돕기에 쓰인다.

▶오케스트라 아리랑 ‘이웃사랑 음악회’=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02-582-8782.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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