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OECD 행복지표, ‘삶의 질’ 높이는 계기 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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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사회 발전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를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어제부터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은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되는 경제적 성과를 넘어서 인간의 행복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발전 측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세계 각국에서 2000여 명의 전문가가 모였다. 새로운 발전지표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기존의 GDP만으로는 변화하는 지구촌 인류의 성취와 만족도를 잴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발전을 무엇을 기준으로 측정하느냐는 질문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발전을 하느냐’는 인간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서 비롯된다. GDP로 측정되는 발전은 경제적 성장을 지상의 목표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성장만으로 인간이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자각은 발전의 목표를 행복도에 둬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불러왔다. 발전의 목표가 바뀌면 발전의 성과를 측정하는 잣대도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지표가 필요한 이유다. 지표가 바뀌면 성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 기업에 대한 평가기준을 시장점유율에서 품질이나 사회적 평판도로 바꾸면 경영의 목표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이번 OECD 포럼에서 제기된 발전지표의 변경은 각국의 정책목표를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우리는 이 같은 중대한 발전 패러다임의 변화를 논의하는 회의가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렸다는 것이 매우 뜻깊다고 생각한다. 특히 새로운 지표가 설정될 경우 달라질 각국의 위상을 감안할 때,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에 있고 차기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지표의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후된 우리나라의 통계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회의를 통해 발전의 목표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맞추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