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대우그룹 임직원에 '작별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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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없는 미안함을 가슴에 담고 오늘 저는 대우가족 여러분들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달 17일 '기약없는' 해외 출장 길에 나선 뒤 현지에서 대우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김우중(金宇中)씨가 22일 그룹 임직원에게 '작별 서한' 을 보내와 눈길을 끌고 있다.

金전회장이 보내온 고별인사 편지는 '임직원과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 이라는 제목의 A4용지 2장 분량.

金전회장은 이 서한에서 한솥밥을 먹어온 임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심정, 경영 실패로 인해 해체 과정을 밟는 자신의 그룹에 대한 회한(悔恨) 등을 비교적 솔직하게 정리했다.

그는 우선 "대우가 살아온 세월에는 국가와 명예와 미래를 지향하는 꿈이 항상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그 자랑스럽던 여정은 오늘 경제의 짐으로 남게 됐으며 우리의 명예는 날개가 꺾였다" 고 그룹 좌초의 아쉬운 심경을 피력했다.

이어 그룹을 붕괴 지경까지 내몬 자신의 경영 실책도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구조조정의 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빚어진 경영 자원의 동원과 배분에 대한 주의 소홀, 용인되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했던 위기 관리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초래된 경영상의 판단 오류는 지금도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金전회장은 특히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몸짓조차 하지 않겠다. 대우의 밝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라면 지나온 과거는 제 스스로 짊어질 계획" 이라며 대우사태에 대한 항간의 책임 회피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뜬구름이 된 제 여생 동안 모든 것을 면류관 삼아 온몸으로 아프게 느끼며 살아가게 될 것" 이라며 해외 체류가 장기화할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새로 선임될 유능한 경영진과 힘을 합쳐 희망찬 회사로 재탄생시켜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고 끝을 맺었다.

金전회장은 현재 대리급 수행비서만을 대동한 채 독일에 주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전회장의 한 측근은 "현재 金회장은 독일의 한 지방에 있는 현지 친구집에 체류 중이며 건강은 비교적 좋은 편" 이라고 전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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