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투게더로 편하게 이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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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천안사업장 직원들(파란색 조끼)이 천안 성정동에서 김경자 할머니의 이사를 도운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삼성SDI 제공]

24일 오전 10시30분 천안시 성정동의 한 빌라. 파란색 조끼를 입은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삿짐을 나르고 있다. 이들은 이 빌라로 이사를 온 김경자(74) 할머니를 돕기 위해 찾은 삼성SDI 직원들. 이들은 빌라 3층까지 직접 이삿짐을 나르고 집들이 선물로 밥솥 등을 전달했다. 오전 내내 이어진 고된 일 속에서도 누구 하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들의 봉사활동은 ‘SDI Moving Together’다. 글자 그대로 이사를 돕는 봉사활동이다. 보통 이사를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적게는 몇 십 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여 원.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이런 어려움을 돕기 위해 삼성SDI 직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최관용 대리(47·전지사업부 인사팀)은 “주변에는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많다”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들이 내 가족이 이사를 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노인·장애인분들 이사걱정 마세요=이들의 봉사활동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안 성성동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삼성SDI는 2006년 1월 천안시와 ‘SDI Moving Together’ 협약식을 체결했다. 저소득층과 장애인들을 위해 무료로 이사서비스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파트너를 맺고 지역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자는 취지였다.

저소득층들은 이사를 할 때 돈이 없어 힘들어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 지원을 하고 있는 자치단체나 기업은 흔치 않다. 이런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를 찾아내 어려운 이웃이 보금자리를 옮길 때 SDI가 함께한다는 뜻의 ‘SDI Moving Together’란 이름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삼성SDI는 일선 읍·면·동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고객을 발굴하고 이사지원을 시작했다. 삼성SDI는 ‘Moving Together’를 활성화하기 위해 천안시내 관보에 활동상을 게재하고 매월 열리는 반상회보에도 이를 알렸다.

이들은 이삿짐도 나르고 새로 이사할 집의 도배나 장판 등 주거환경도 개선해준다. 또 평소 구입하지 못했던 생활용품을 세대 당 50만원 가량 지원하고 있다. 매년 50건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곳(아산시 등)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효과가 높다.

2005년 10월부터 김 할머니까지 지원을 받은 것은 105차례. 지금까지 지원된 금액은 차량 대여비용과 환경개선비, 생활용품 선물비 등 1억1000여 만원에 달한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도 한 회당 10명으로 모두 1000여 명에 이른다.

삼성SDI 홍봉택 과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은 1995년 천안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소외계층을 찾아 다니는 봉사활동에 주력했다”며 “앞으로도 천안시와 함께 상생하는 성공적인 봉사활동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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