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리더] 대만 청소년선도위 리지주 주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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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계 대미인(政壇大美人)' -. 대만 언론들은 미혼의 리지주(李紀珠.39)대만 행정원 청소년선도위원회 주임을 이렇게 부른다.

▶국립대만대학내 최연소여성 경제학박사(26세 박사학위 획득) ▶국가정책연구중심 제정 최우수 박사학위논문 수상자 ▶미국 하버드대 교환교수(89~90년) ▶국가건설위 재정금융위원(92년) ▶미국 스탠퍼드대 교환교수(97~98년)' . 그녀의 화려한 이력이다.

최근 빛나는 훈장 하나가 더 보태졌다. 각계의 탁월한 젊은이들에게 주어지는 '10대 청년상' 을 받은 것. 여세를 몰아 최연소 신문국장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고 전해진다.

동그란 얼굴의 깔끔한 이미지만큼이나 일처리가 야무져 '맡겨진 일은 한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는 평을 듣는다. 난관에 부닥치면 직접 정부내 관련부처로 찾아가 밤을 새며 토론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언론을 통한 의견발표에도 적극적이다. 부처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대만 정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0년 미국 하버드대 교환교수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당시 한 TV토론회에 참석해 왕젠선(王健煊)재정부장과 재정정책을 놓고 인상적인 토론을 벌였다.

王부장은 다음날 즉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그 즈음 출범한 국가건설연구회 재정금융분과위원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쉬위안둥(許遠東)전대만은행총재도 TV에 출연한 李주임을 보고는 즉시 쉬자둥(許嘉棟)부총재를 시켜 면담케했다.

국가고시를 담당하는 고시원의 쉬수이더(許水德)원장이 그녀를 만난뒤 "재능은 바다 같은데 언변조차 무적이군(才華洋溢 辯才無敵)" 이라고 감탄한 얘기는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흥분과 우쭐함은 그녀와 거리가 먼 듯싶다. 그녀는 최근 대만 언론과의 회견에서 "기회가 오지 않을까봐 안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제대로 노력하지 않아 모처럼 온 기회를 망칠까 걱정" 이라고 말했다. 李주임은 요즘도 하루 13시간씩 일한다.

"그녀가 작다고 가볍게 보지 마라. 그녀는 일을 할 줄 아는 사람. " 최근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이 정의한 '리지주론(論)' 이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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