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만화가'…학생 67명인 김제 벽랑초등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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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학년 코흘리개 동생부터 6학년 언니까지 우리 모두 어엿한 만화가들 이랍니다."

전북 김제시 부량면 벽량초등학교. 전교생이 67명 밖에 안되는 미니 농촌학교지만 '미래의 디즈니' 를 꿈꾸는 어린이들로 가득한 만화왕국이다.

이 학교 어린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직접 그림과 글을 꾸민 만화책을 평균 3~4권씩 가지고 있다. 또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도 받았다.

지난해 10월 춘천 만화축제 '전국 어린이 창작만화 공모전' 서는 24명의 어린이가 특선.가작 등 입선과 함께 단체상까지 휩쓸었다.

올 9월에는 청강 만화.애니메이션 경진대회에서 3명이 특선, 4명이 입선했다. 10월엔 전국시민단체연합이 마련한 '차별 없는 시민사회 만들기' 만화공모전서도 단체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전교생이 작품 2~3점씩을 출품, '지평선의 허수아비' 와 '세모 네모 동그라미 나라' 등 두권의 만화책을 출간했다. 이 만화책 속에는 친구나 학교, 자연.미래에 대한 아이들의 꾸밈없는 생각이 손질 없이 그대로 실려 있다. 어린이들의 동화.동시 등을 모아 문집을 발간하는 학교는 많지만 어린이 창작만화집을 펴낸 것은 흔치 않다는 평가다.

벽량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은 지난해 초. 이 학교에 부임한 최근옥(崔根玉.60)교장이 "생각하는 힘과 창의력, 상상력을 길러주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라며 만화를 가르치기 시작한 게 계기였다.

방과후 1시간씩 다목적 교실에 모아 소묘.데생 등 기본적인 기법을 알려주고 스케치북.만화연습장도 사주고 각 교실마다 동.식물 그림책도 들여놨다. 또 서울까지 만화전시회 관람을 가고, 방학 땐 희망자들을 모아 만화교실을 열었다.

특히 이 학교 각 교실과 복도에는 '만화동산' 이 꾸며져 있다. 어린이들은 종이와 펜을 갖고 다니다 좋은 생각이 나면 곧장 이곳에 쓱쓱 만화를 그린다.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 어린이들은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 사물에 대한 관찰력도 풍부해지고 수업시간의 발표력도 훨씬 늘었다. 지난 10월 김제시가 주최한 지평선축제의 허수아비만들기대회에는 참새.혹부리.깡통.로봇 허수아비 등 기발한 작품들을 출품, 칭찬을 많이 받았다.

4학년 장태안(11)군은 "만화를 그려 가지고 집에 가 아빠.엄마나 형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면 식구들이 좋아한다. 소질을 살려 장래에 미술선생님이나 훌륭한 만화가가 되겠다" 는 꿈을 펼쳐 보였다.

김제〓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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