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채무자 등 개인회생제도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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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오는 23일 개인 회생제도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신용불량자나 빚이 많은 일반인은 곧바로 법원을 통해 이자는 물론 원금도 탕감받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또 금융거래 중단 등 제약이 따르는 기존의 개인 파산제와 달리 개인 회생제가 적용되는 채무자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이 제도를 염두에 두고 빚 상환을 미루는 '악성 채무자'가 급증하는 등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확산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적어도 매달 3만~4만여명이 이 제도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용불량자들이 몰려 있는 대부업계가 가장 불안해하고 있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대부업체 고객의 50~70%가 신용불량자로 추정되는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 상당수가 빚을 갚는 대신 법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악의 경우 채권의 10~20%는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관계자는"채무자의 입장과 법원의 판단만 있고, 채권자의 권리는 일방적으로 무시된다"며"협회 차원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청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도 이런 사태를 걱정해 대출 심사와 채권 추심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신용불량자로 등록이 안 된 일반인들도 이용이 가능해 애초의 신용불량자 감축 취지는 퇴색하고 실질적으로 신불자가 크게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실의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법원이 개별 신청자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하는 것만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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