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땅값 '규제와 숨바꼭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충청권 땅 시장에 '풍선효과'가 또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충남 당진.예산.홍성.청양.태안.서산.논산을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한 지난달 25일을 전후해 투자자들이 규제가 덜한 인근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이 영향으로 토지투기지역이 아닌 충남 부여.서천.보령 등에선 땅 호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토지투기지역에서 제외된 곳도 땅값이 요동치면 정부가 투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으므로 섣불리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양.공주와 인접한 부여군 은산.규암면 일대 관리지역(옛 준농림지) 논은 대로변 기준으로 평당 13만~15만원선으로, 당진 등이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인다는 소문이 나돈 열흘 전보다 10% 이상, 두 달 전에 비해선 50% 가량 올랐다.

땅 호가가 갑자기 뛰다 보니 땅 주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물어주고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있다.

부여 D공인 관계자는 "지난 2월 충남 아산.공주 일대가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이면서 인근 당진.서산 땅값이 크게 오르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땅을 팔 때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

부여군에선 토지거래에 필요한 토지대장.지적도등본.토지이용계획 확인원 등의 발급 건수가 하루 평균 2000건으로 한 달 전의 10배에 이른다. 부동산중개업소도 지난 6월 말 24곳에서 지금은 71곳이나 된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청양.공주.연기.홍성 등에서 온 중개업자들이 서로 사고 팔면서 호가를 올려 거품이 낀 곳도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서천군 땅값도 한두 달 새 5~10% 오른 곳이 적지 않다. 한산면 관리지역 논은 대로변 기준으로 평당 10만원, 마서면 송석리 임야도 20만~30만원을 호가한다.

서천군 김모(43) 공인중개사는 "공주~서천 간 고속도로(예정) 개통을 앞두고 땅값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배 이상으로 올랐는데도 투기지역에서 제외된 때문인지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천군 관계자도 "하루 평균 토지대장 등 토지 관련서류 발급건수가 한 달 전의 1.5~2배 수준인 500여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보령시에도 농업진흥지역 (우량농지)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부쩍 늘었다. 보령시 E부동산 관계자는 "아산 신도시의 보상을 앞두고 미리 땅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값이 싼 논은 많이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새 수도 후보지에서 탈락한 충북 진천.음성.옥천.보은, 충남 금산은 지난달 23일자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렸으나 대전에서 가까운 금산을 제외하곤 큰 변화가 없다.

진천군 D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땅값이 많이 오른 데다 개발가능성도 크지 않아 투자자 발길이 뜸하다"고 전했다.

박원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