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교수의 보석상자]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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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보석에 대한 열정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나의 보석 사랑'이라는 책을 펴낼 정도다. 테일러가 소유한 보석 중 전 남편 리처드 버튼이 선물로 준 '테일러-버튼(Taylor-Burton.사진)'이라는 이름의 다이아몬드가 유명하다. 69.42 캐럿의 페어커트 다이아몬드로 결점이 없는 완벽한 것이다.

이 돌은 1966년 남아공화국 프리미어 광산에서 240.80 캐럿 크기의 원석으로 발견됐다. 뉴욕의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이를 구입해 6개월이나 면밀히 관찰한 뒤 결점이 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69.42 캐럿으로 만들었다. 이 같은 고품질의 무결점 다이아몬드는 세계적으로도 몇 개에 불과하다.

이 보석의 첫 번째 소유자는 테일러가 아닌 다른 부인이었으나 그녀는 "착용하지도 못하면서 은행 금고에 넣어두는 것은 바보짓"이라며 1969년 경매에 부쳤다. 경매는 20만 달러부터 시작됐는데 100만 달러에 이르자 버튼의 대리인은 떨어져 나갔고 105만 달러에 카르티에 측에 낙찰됐다. 리처드 버튼은 나중에 카르티에로부터 그 다이아몬드를 구입했다. 거래 가격은 안 밝혀졌지만 카르티에 측이 "우리가 이익을 남겼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미뤄 경매가에 비해 상당히 뛰어올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테일러는 버튼과 이혼한 뒤 1979년 보츠와나의 병원 건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보석을 경매에 내놓았는데 뉴욕의 한 보석상이 이를 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는 바로 현 소유주인 로버트 모어워드에게 다시 팔았으며, 모어워드는 이 보석을 68.09 캐럿으로 다시 세공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다이아몬드는 소장 가치뿐 아니라 투자 가치도 엄청난 셈이다.

이와 함께 18세기 러시아의 에카테리나 대제의 왕홀을 장식하고 있는 올로프(Orlov) 다이아몬드가 유명하다. 이 돌은 17세기 인도에서 발견될 당시 787.56 캐럿이었다고 한다. 당시 무굴제국의 샤 아우랑제브 왕은 이탈리아의 세공사 보르지오에게 세공을 의뢰했는데 커트 결과 279.56 캐럿으로 줄어들었다. 실망한 왕은 세공 대가를 주는 대신 1만 루피의 벌금을 물렸다고 한다.

이 보석은 인도 힌두교 사원의 비슈누 신상의 눈으로 박혀 있었다. 한 프랑스 탈영병이 그 사실을 알고 보석을 훔치기로 작심한다. 그는 힌두교로 개종한 뒤 사원의 일꾼으로 고용됐다. 그는 폭풍우가 치는 날을 택해 두 개 중 한 개의 다이아몬드를 훔친 뒤 마드라스 항에서 영국 해군 장교에게 2000파운드에 팔았다.

이후 장교는 런던의 보석상에게 1만2000파운드에 되팔았고 몇 차례의 거래를 걸쳐 러시아의 올로프 공작 손에 들어온다. 정치적으로 어려웠던 올로프 공작은 9만 파운드에 산 보석을 에카테리나 대제에게 헌상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로프는 여제의 신임을 회복하지 못하고 외로운 말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연세대 지질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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