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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은 이들, 길을 잃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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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호 06면

NOBLE SAVAGE-불건전한 관계(NO.1)(2009) 102×145㎝ 벽화기법

이재훈 개인전 ‘고귀한 미개인(NOBLE SAVAGE)-UNMONUMENT’(위), 10월 14일~11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 A공간, 문의 02-3479-0114

누가 가린 걸까.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눈은 거개가 수건으로 가려져 있다. 눈을 뜬 사람도 한쪽 눈이 감겨 있다.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무표정한 그들이 주먹을 꽉 쥐거나 손을 부르르 떨고 있다. 어디로 가려는 걸까, 무엇을 하려는 걸까. 그런 이들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참 잘했어요’ 같은 도장이라니.

이지현, 009Oc0301 DrEAmi NG BOOkS-mONrOE(2009),74×40×15㎝

이재훈(31) 작가는 갈 곳 잃은 이들의 모습을 마치 거대한 벽화의 느낌으로 그려냈다. 석회를 바른 한지 위에 먹과 분채를 이용한 독특한 방식이다.
강제로 현실과 거리를 두고 ‘기념비’를 만든 그의 작품은 고스란히 우리 시대의 박제로 남아 있다.

수만 번의 손길, 길을 내다
연금의 수(手)(아래), 10월 14일~11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 B, C공간, 문의 02-3479-0114

최우람, ‘UNA LUmi NO’(2008), 알루미늄·스테인레스스틸·플라스틱·SUB-POrtEr·cONtrOL Pc, 520×430×430㎝

엄청난 시간과 공력을 들여 손으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 7인의 작품을 모았다. 반짝이와 실리콘으로 꼼꼼하게 화면을 구성하는 황인기(58),
못을 박고 갈아 만드는 유봉상(49), 인조 진주로 텍스트를 풀어내는 고산금(46), 책 자체를 쪼아내 새로운 조형으로 만드는 이지현(44),
버려진 사물에 가짜 이파리를 붙이는 박소영(48), 절단한 책으로 종이 콜라주를 만드는 이승오(47), 비디오에 특유의 내러티브를 보여준 김창겸(48) 등이다.

생명을 갈구한 기계, 꽃 피우다
갤러리현대 ‘가상선 THE IMAGI NARY LI NE’전, 10월 14일~11월 15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 문의 02-2287-3500

최우람(39)은 기계의 운동성에 탐닉하는 작가다.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기계 생명체 연합 연구소’(URAM·United Research of Anima Machine)라고 붙일 정도다.
상상의 기계를 만들고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발견한 듯 ‘유사(pseudo) 학명’을 붙여가며 과학자로서의 기제를 즐긴다.‘Una Lumino’는 높이가 5m가 넘는 거대한 꽃등인데, 그 꽃은 살아있는 듯 넘실대며 빛을 밝히고 꽃잎을 여닫는다.
차가운 금속성의 꽃수술은 마치 외계인의 촉수라도 되는 양 기묘하다. 파도가 치듯 불을 밝히고 잎을 여는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괴생명체’를 발견한 과학자의 기쁨이 전이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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