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생들 3박4일 소록도체험기 책 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소록도에 있는 사람들은 몸은 병들었지만 마음은 건강했고, 거꾸로 우리는 몸은 성하지만 마음은 깊은 병에 걸려있음을 알았습니다. "

한때의 잘못으로 소년원에 수감돼있는 청소년들이 지난 8월 사랑나누기 체험 순례의 하나로 국립소록도병원을 다녀온 뒤 펴낸 여행담에 모아 만든 '소록도 체험및 문화유적 답사기' (사진)중 玄모(17)군의 '영원한 추억, 그것은 깨달음이었노라' 의 한 구절이다.

소년원인 충북 청주시 미평고교생 30여명과 일반인 자원봉사자 20여명은 15일 미평고등학교의 21주년 개교기념식이 열린 학교 강당에서 서로를 껴앉으며 기뻐했다.

소년보호제도가 생긴 이래 57년만에 전국 소년원생으로는 처음으로 3박4일간의 장기 외출을 한 뒤 모은 글들이 책으로 출판된 것.

소년원 아이들의 아주 특별한 외출' 이란 부제로 나온 이 책은 울타리안에서만 생활하고 외출이 쉽지않은 소년원생들이 단체로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보길도 등 전남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지를 탐방한 소감을 모았다.

"지금까지 누가 나한테 주기만을 바랬는데 소록도에서 연주 봉사를 하고 그분들이 기뻐하는 것을 본 뒤 내가 먼저 주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아요. " '소록도 연주회'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李모(17.클라리넷 연주)군은 이같은 말과 함께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다" 고 전했다.

이 학교 이태호(李泰浩)교장은 "비행 소년이라고 손가락질 하는데 이들은 42.195㎞의 인생 마라톤에서 잠시 넘어진 것에 불과하다" 며 "아이들이 다시 일어나 끝까지 뛸수 있도록 따뜻한 눈으로 보아달라" 고 밝혔다.

청주〓이석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