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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컷] MBC '섹션TV…' 무분별한 사생활 추적 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진정 연예정보 TV 프로그램인가. 차라리 알록달록한 주간 연예지에 가까운 것은 아닌가.

과장된 표현일지 몰라도 요즘 MBC '섹션TV, 연예통신' 을 보노라면 이런 의문이 든다. 아무리 스타로 먹고사는 TV라고 해도, 또 당연히 스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연예프로라고 해도 정도가 지나친 느낌이다.

'섹션TV…' 는 시청자가 알고 싶어하는 대중문화를 섹션별로 접근하는 연예정보 프로를 지향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청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 가 무엇이냐는 것. 특히 지난달 중순 개편 이후 '섹션TV…' 를 보면 그 정보에 대한 개념규정이 무척 헷갈린다.

요즘 '섹션TV…' 엔 연예인들의 열애.이혼설이 끊이지 않는다. 이응경.정준호.이휘재.남희석.김원희.백지영.정선경.채시라 등등. 여기까진 나무랄 수 없다.

문제는 취재방식이다. 연예인 대부분이 달가워하지 않는데도 용감하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공항 출국장까지 따라가 집요하게 매달린다. 스포츠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영상으로 좇아가는 꼴인데도 말이다.

지난 10일에도 탤런트 채시라와 가수 김태욱이 세종문화회관에서 발레를 보고 나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과연 남녀노소가 모두 즐겨야할 TV에서 이토록 연예인의 사생활이 여과없이 흘러나와야 하는 것인지….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가 과연 이런 것일까. 방송계에선 지난 95년초 출범 당시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SBS '한밤의 TV연예' 방식을 공영방송 MBC가 뒤늦게 흉내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문제가 터졌다. 지난 3일 가수 김종찬의 부동산 사기 사건을 인터뷰하며 구치소측의 허락도 받지 않고 방영해 10일엔 사과방송까지 했다.

또한 지난달 27일 남희석의 열애설을 취재하면서 SBS측의 승인없이 SBS 스튜디오로 들어갔다가 취재를 저지하는 SBS 제작진의 모습도 내보내 현재 SBS는 MBC에 방송사 사이로는 처음으로 법적 대응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MBC 인터넷에 실린 의견 하나. "시청자에게 따끈한 소식을 알려주는 것 좋지만, 그렇게 물불 안 가리는 식은 NO." (앙겔로스) 자극적 소재로 시청률을 올리고 싶은 제작진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연예정보가 스타의 사생활만이 아니라는 상식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당초 프로그램 기획취재에 맞게 영화.가요.드라마 등 각 장르의 화제.추세 등을 균형있게 전하는 연예 저널리즘의 정착을 고대해본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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