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씨 왜 '제3인물설' 자꾸 흘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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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론장악 문건' 작성에 제3의 인물이 개입됐다는 설(說)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건을 주고받은 문일현(文日鉉)씨와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JC.얼굴)부총재 외에 또다른 인물이 문건 작성에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제3의 인물' 개입설은 JC 보좌관이 지난달 27일 기자들에게 흘렸으며, 다음날(10월 28일) 국민회의 의원총회에서 李부총재가 "文씨와의 통화(10월 26일) 녹취록이 있다" 고 언급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7일 "李부총재측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의혹을 분산시키면서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기 위해 제3의 인물 개입설을 퍼뜨린 것 아니겠느냐" 고 분석했다.

즉 "JC측은 '문건 작성을 李부총재가 요청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文씨 등이 특정 목적 하에 JC를 이용했다' 는 논리를 펴기 위한 것" 이란 얘기다.

문건이 JC의 '주문생산' 이냐, 아니냐는 문제는 JC의 정치생명과도 연관이 있을 정도로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李부총재 보좌관인 최상주(崔相宙)씨는 "검찰 조사 때 제3의 인물과 관련해 李부총재와 나는 어떤 얘기도 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李부총재가 '文씨로부터 문건 작성 때 언론사 간부와 협의했다는 말을 들었다' 고 밝혔다" 는 검찰측의 설명과 상당히 다르다.

崔보좌관은 또 "제3의 인물 개입설은 일부 언론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만들어낸 것" 이라며 "기자들이 먼저 이름을 대면서 질문했을 뿐 내 입으로 말한 적은 없다" 고 발뺌했다.

열쇠를 쥐고 있는 李부총재는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일절 끊고 시내 모 호텔에서 사흘째 휴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회의측은 제3의 인물 개입설의 파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더구나 이날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당 관계자를 지목하며 '제4의 인물' 개입설을 공개하자 크게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문건 작성자가 문일현씨로 드러났을 때 당 차원에서 시각을 잘못 잡아 '중앙일보 간부 연루설' 을 주장했던 것이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고 털어놓았다.

다른 당직자는 "언론계의 이른바 'JC 장학생' 들이 JC 구명(救命)을 위해 의혹을 확산시킨다는 의혹도 있다" 고 전했다. 결국 이 문제는 文씨가 조속히 귀국해 진상을 밝혀야 할 대목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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