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안정대책 남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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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4일 확정, 발표한 '금융시장안정종합대책' 은 대우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현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총동원한, 말 그대로의 종합대책으로 평가된다.

이번 대책은 우선 대우 무보증채의 환매비율이 80%로 높아지는 오는 10일을 계기로 확산됐던 이른바 11월 대란설을 의식해 이중삼중으로 유동성 안정대책을 마련한 점이 두드러진다. 그러면서 시장 불확실성의 근본원인이었던 대우부실 처리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동반부실을 빚은 투신사 등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한편 시장불안을 감안해 당분간 금리는 낮게 유지키로 했다.

이들 대책은 내용상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시장불안의 불씨였던 대우부실의 윤곽이 드러나고 그에 따른 금융권의 손실분담 등 처리방향이 한결 분명해지고 투명해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들 대책과 처리방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빚더미에 올라 있는 대우 핵심 4개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계획이 해외채권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빚잔치하는 마당에 빌려준 사람도 응분의 손실을 떠안는 것이 국제관례다. 그럼에도 해외채권단은 손실분담은커녕 담보우선권에 정부의 지급보증까지 요구하는 경향이다. 이들을 소외시키면 국제신용도가 흔들리고, 대우 핵심 4개사 자산의 절반 가량이 해외지점 소속이어서 해외에서 소송을 제기하면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협상을 오래 끌면 워크아웃 자체가 차질을 빚고 그럴 경우 정부대책도 무의미해진다.

그렇다고 해외채권단의 요구에 그대로 밀릴 수도 없다. 국내채권단과의 균형을 취하며 채권확보보다 기업회생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해외채권단과 합의가 안되면 ㈜대우를 청산 쪽으로 정리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 이상 문제해결을 미뤄서는 안된다.

이번 대책 성패의 최대 관건은 역시 시장의 반응이다. 너도 나도 한꺼번에 환매에 나서면 이중삼중의 안정장치도 배겨날 재간이 없다. 내년 2월까지 갖고 있으면 원금과 이자의 95%까지 보장된다. 은행예금이 아닌 실적배당상품에 95%를, 그것도 국민세금으로 보장해주는 것 자체가 편법특혜다. 투자자들도 이 점을 헤아려 시장안정에 협력해야 한다.

투입을 약속한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 또한 문제다. 이미 조성한 64조원은 거의 바닥이 났고 선거를 앞둔 국회가 추가 조성에 동의해줄지도 의문이다. 손실분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의 추가 부실이 우려되고, 손실분담 비율을 놓고 투신 및 증권사간에 알력 또한 잠복해 있다. 시장안정의 대승적 차원에서 기관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시장안정의 가장 큰 적(敵)은 불확실성이다. 대우처리의 방향이 정해진 이상 이를 신속.투명하게 집행해 부실을 말끔히 걷어내고, 특히 퇴출대상 계열사들은 무리하게 연명시키지 말고 과감히 청산 또는 매각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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