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재참사] 호프집 업주-경찰 '호형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화재로 1백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인현상가 2층 '라이브Ⅱ' 호프는 경찰.구청.소방서의 비호와 묵인없이는 불법영업을 할 수 없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라이브Ⅱ 호프집 실소유주 鄭성갑(34.수배)씨는 바로 옆에 '라이브Ⅰ' 호프집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라이브Ⅰ 호프집 수리때 "전경 3~4명이 도왔다" 는 주장이 2일 제기돼 鄭씨와 경찰의 유착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인현상가 인근 A업소의 B씨(42)는 "97년 여름 인현상가와 나란히 붙어 있는 4층 상가건물의 2층 라이브Ⅰ 호프집 수리때 전경 3~4명이 일을 도와주는 것을 봤다" 고 증언했다. 이 호프집은 10여년째 이런 비호고리 속에서 성업중이다.

또 경찰.구청 등에 따르면 인천 중부경찰서 李모(45)계장이 鄭씨 집에 전세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李계장은 97년 5월 9일 인천시 중구 전동 鄭씨 소유의 단독주택으로 鄭씨와 같은 날 이사왔다. 李계장은 鄭씨집 반지하층을 3천만원에 전세계약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이들이 이사올 당시 경찰들이 이삿짐을 날라줘 鄭씨가 경찰간부인 줄 알았다" 고 말했다.

지난 94년 소년계에서 근무하던 李씨는 당시 술집을 경영하던 鄭씨가 경찰서에 찾아와 알게된 뒤 '형.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鄭씨가 동인천 일대에서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술 등을 파는 9개 업소를 상당수 무허가로 영업해 오면서도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에 비호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이브Ⅰ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A양(18)은 "경찰이 단속 나오면 거리의 삐끼들에게 거수 경례해 단속사실을 알려줬다" 며 "지난달 중순 경찰이 인근 S호프집에 대해선 단속을 했는데도 라이브Ⅰ, Ⅱ는 무사했다" 고 말한다.

특히 경찰은 "미성년자인 고교생에게 술을 팔고 있다" 는 주민들의 112 신고를 지금까지 세차례나 접수했다. 모두 '토요일 밤' 인 8월 21일, 9월 4일, 지난달 23일이다.

그런데도 출동한 경찰은 '내부 수리중' 또는 '문이 닫혔다' 라며 오인 신고로 처리했다. 또 라이프Ⅱ호프 전 사장 李모(31)씨는 경찰에서 "업주 鄭씨가 인천중구청의 단속날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고 진술,구청의 비호 가능성을 내비쳤다. 李씨는 또 "단속 날이면 호프집은 셔터를 내린 채 영업했다" 며 "鄭씨가 공무원들을 접대.관리해왔다" 고 털어놨다.'

화재발생 사흘전인 지난 27일 오후 5시쯤 "불이 꺼져 있고 문이 닫혀 있었다" 며 형식적인 점검에 그쳤다. 물론 상인들은 구청이 점검나온 '그날' 도 '호프집은 성업중' 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인천 중부소방서는 지난 6월 22일 문제가 된 라이브Ⅱ 호프집에 나가 정기소방 안전점검을 벌였으나 '이상 무' 로 판정했다.

그러나 이 업소는 창문을 불법폐쇄한데다 인화물질 투성이었기 때문에 경찰은 소방 공무원들의 비호여부를 조사중이다.

이와 함께 鄭씨가 청소년보호법.건축법.미성년자보호법 등 혐의로 10차례 경찰에 입건돼 조사받았지만 무혐의나 기소유예.벌금형 등 가벼운 처분만 받아왔다는 점도 유착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인천〓김상국.구두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