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수사팀] '반쪽 특검팀'불가피…수사 객관성 상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재야 출신과 검사 출신간 갈등으로 내부 분열을 겪은 파업유도사건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절반의 참여' 만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2일 서울 도곡공 특검팀 사무실에선 조폐공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계속 진행됐다. 강원일(姜原一)특별검사가 오전 9시15분쯤 출근, 조사실을 살피는 등 특검팀은 외양상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특검팀에서 이탈한 김형태(金亨泰)특별검사보 등 4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검 공안부에 대한 수사와 공안검사의 수사참여 배제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합류하지 않겠다" 며 공식적으로 이탈선언을 했다. 법조계에선 파업유도 수사의 성격으로 볼 때 특검팀 봉합은 물건너갔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수사 대상이 이른바 '공안 검찰' 인 상황에서 검찰의 조직적인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재야 변호사.시민단체 인사들과 공안부를 옆에서 지켜보거나 공안부에 몸담았던 전.현직 검사들의 시각은 처음부터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파견 검사들과 수사 정보를 공유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는 재야 출신들과 "특검팀에 흠집을 남기려 한다" 는 검사 출신 사이에 자연히 신뢰가 무너지고 특검팀의 분열이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88년 5공비리 수사 때 정치권 등의 간섭에 반발해 1주일이나 출근을 거부했던 姜특별검사의 성품으로 봐도 이탈 수사관들을 다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姜특별검사는 "타협은 없다.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나가야 한다" 며 "예정대로 소환 조사를 진행한다" 고 남은 특검팀에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수사 강행과는 관계없이 姜특별검사팀은 수사의 객관성과 수사 의지에 대해 상처를 입게 됐다. 벌써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성명을 내고 姜특별검사의 수사방침을 비판하면서 수사팀의 전면 재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따라서 수사결과 발표 때도 '봐주기 수사' 가 아니었느냐는 비난을 초래할 여지를 남기게 된 것이다. 또 당장 특검팀 수사는 사실상 특별검사보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꼴이 됐다. 더구나 金특별검사보 등은 수사경과와 결과에 대해 '감시 역할' 을 하겠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金특별검사보는 "현재까지 조사만으로도 상당한 성과가 예견된다. 구체적인 얘기는 지금 안하겠다" 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사실상 상당한 수사가 진행됐으며, '이탈' 특검팀이 보기엔 진형구(秦炯九)전 대검공안부장을 넘어서는 단서가 잡혔다는 추론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金특별검사보가 합류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특별검사보에 의해 파업유도에 간여했다고 판단된 검사 및 공안합수부 관계자들은 모두 기소한다' 는 조항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는 파업유도 특검팀을 이끄는 姜특별검사도 이점을 감안,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예외없는' 수사를 강행할 전망이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