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월드와이드 루퍼트 가빈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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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21세기는 뉴미디어 시대. 새로운 방송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대표적 방송사가 영국의 BBC.29일 한국을 찾은 BBC 월드와이드의 루퍼트 가빈 사장(사진)을 만나 그들의 방송전략을 물어봤다.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규모가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KBS와 EBS, Q채널 등에 BBC 프로그램을 본격 공급하기 위해서다. "

-어떤 방식인가.

"그리고 EBS와 Q채널엔 교육 프로그램과 시사 다큐물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시장엔 어떻게 접근할 계획인가.

"KBS의 경우 위성 채널을 통해 하루 1시간씩, 주 5일 고정으로 BBC 프로그램 방영시간대가 마련된다. 우선 '텔레토비' 처럼 브랜드 파워가 강한 프로그램을 앞세워 BBC를 홍보할 생각이다. 그런 다음에 비디오나 장난감 등 캐릭터 사업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갈 것이다."

-BBC는 지난해 9월부터 디지털 방송을 실시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대한 위기감은 없는가.

"채널 수가 늘어나는 건 위기가 아니고 기회다. 한 프로그램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소비 시장도 급속도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

-BBC의 대응 수준은.

"불과 3년전만 해도 BBC의 TV 채널은' BBC­1과 BBC­2' 두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11개의 채널을 운용하고 있다. "

-예를 들면.

"공중파인 BBC­1.2를 비롯해 교육방송과 24시간 뉴스, 국회 방송과 패션만 다루는 'UK 스타일' , 클래식 전담 프로인 'UK 골드' 와 미국시장을 겨냥한 'BBC 아메리카' , '동물의 세계' 등에 관한 채널이 케이블과 인터넷, 위성방송에 마련돼 있다. 또 공중파와 위성 방송도 디지털화했다. "

-디지털 방송 시대에 대비한 BBC의 전략은 무엇인가.

"아날로그 방송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우선 시청자의 기호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거기에 기반한 채널을 선보여야 한다. 'BBC는 공중파.위성.케이블.인터넷 방송을 통한 다각적인 공략방식을 취한다. "

-그중 가장 중점을 두는 부문은.

"물론 인터넷 방송이다. 제1의 미디어가 라디오, 제2의 미디어가 TV였다면 이젠 제3의 미디어 시대다. 인터넷 방송이 그 주인공이다. 영국에선 이미 학생들의 75%가 학교와 가정에서 인터넷 방송을 수업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인터넷 활용 인구가 많은 곳이 영국이다. "

-하지만 아직 공중파에 비해 파급력이 약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공중파와 인터넷 방송의 시청률이 같아지는 시기가 온다. BBC에선 2015년으로 본다. 불과 15년 후다. "

-상업방송을 무색케 할 만큼 공격적인 전략이다. BBC의 강점인 공영성이 위협받지나 않을지.

"공격적인 것은 경영적인 측면이다. 상업방송이 주로 오락.스포츠.영화에 치중하는데 비해 BBC는 다큐와 역사물, 고품격 드라마로 승부를 건다. 10월에 영국에서 방영돼 50%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BBC의 '공룡이야기(Dinosaur)' 가 대표적인 예. 3시간 짜리 다큐물이지만 1천만달러(1백20억원)가 투입됐다. 영화 '쥬라기 공원' 보다 뛰어난 그래픽 기술로 공룡시대를 재현해냈으며 과학적 설명을 곁들여 다큐식으로 접근했다. 호주에서도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며 조만간 한국에서도 KBS를 통해 방영될 것이다. 이처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도 공영성을 확보할 여지는 많다. "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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