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사반 노근리 현장 실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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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한 미 육군 실무조사반은 29일 충북 영동군청에서 한국측 피해자 대책위원들을 만나 당시 상황을 청취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실무 조사반장인 마이클 애커먼 육군중장은 인사말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철저하고도 완전한 진상규명을 지시받고 현장에 왔다" 며 "한국측과 긴밀히 협조, 진상을 규명하겠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은용(鄭殷溶.76)노근리 양민학살사건대책위원장은 "노근리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적으로 자행된 학살만행이라고 본다" 며 "미국측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벌여달라" 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는 피해자 및 유가족 대표 6명이 참석해 당시 상황을 진술했고 미국측 진상조사단 8명과 한국측 진상조사단 6명이 함께 참석해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었다.

한.미 양측 노근리 사건 실무조사반은 29일 오후 2시20분쯤 미 육군 소속 블랙호크 헬기 두 대에 나눠타고 영동군청에 도착했다.

조사반은 이어 양민살해 현장으로 출발, 민간인 살상사건이 발暉?쌍굴다리를 살펴보고 영동군청 관계자들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조사반원들은 쌍굴다리에 아직도 남아 있는 탄흔들을 주의깊게 살펴봤으며 애커먼 반장은 "진상규명작업은 이제 시작" 이라며 "현장답사로 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뜻깊은 일"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미국측 실무조사반과의 면담은 50분만에 종료됐다.

피해자대책위는 이날 6명의 대표를 선정해 군청 회의실에 들여보냈으나 미국측 실무조사반의 예정된 일정으로 시간이 없어 자세한 상황을 진술하지 못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바란다" "오시느라 수고했다" 는 등의 의례적인 인사말로 증언을 대신.

양해찬 대책위 부위원장은 "첫술에 배부를리야 없겠지만 많이 기대했는데 서운하다" 며 "추후 증언 청취를 약속했으니 기다려보겠다" 면서도 다소 맥빠지는 표정이었다.

이날 영동군청과 쌍굴다리에는 경북 마산의 시민단체인 희망연대와 곡안리(경남 마산시 진전면)양민학살사건대책위 관계자들이 나와 '미국 정부가 곡안리 학살사건도 조사해줄 것을 요구한다' 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와 시위를 벌였다.

한편 노근리 현장과 영동군청에는 국내 신문.방송은 물론 로이터.NHK 등 외신도 몰려 노근리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했다.

영동〓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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