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축소 출발부터 삐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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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영악화와 과열경쟁을 줄이자는 목적에서 시작된 '보조금 감축' 합의가 출발부터 삐걱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휴대폰 업계는 30만원 가까운 단말기 보조금을 이달부터 15만원으로 줄이기로 했으나 선두업체인 SK텔레콤(011)이 뒤로 빠지면서 보조금 경쟁이 다시 재연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이런 식의 과당 경쟁이 계속되면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걱정" 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 왜 이러나〓한솔PCS(018).한통프리텔(016).LG텔레콤(019).신세기통신(017)등은 이달 1일부터 단말기 보조금을 대당 15만원 수준으로 줄였으나 SK는 계속 23만~2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달 들어 24일 현재까지의 신규 가입자 가운데 SK가 42만명으로 전체의 85.7%를 차지한 것. 나머지 4개 업체들의 신규 가입자는 다 합쳐도 7만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신규 가입자가 ▶SK 53만6천명▶신세기 36만명▶한통프리텔 31만3천명▶LG 24만4천명▶한솔 25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이달부터는 단연 SK가 독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휴대폰 4사의 일부 대리점 사이에선 잠정 휴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4사 관계자들은 "여기다 SK는 'TTL' 이란 브랜드로 파격적인 요금할인제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실제로는 모두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가 하면 가입비를 내리는 등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바람에 형편이 아주 어렵게 됐다" 고 주장했다.

◇ 어떻게 될까〓SK는 현행 보조금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어서 나머지 휴대폰 4사도 조만간 보조금을 다시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4사들은 "선발업체인 SK가 독점적인 서비스를 하면서 남긴 막대한 이익금으로 시장을 독식한다" 며 공정경쟁 차원에서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4월 보조금 문제에 개입했다가 여론에 혼쭐이 난 적이 있어 자유시장 논리를 내세워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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