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火] ‘오당사락’ 잠의 마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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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헬스코치내가 공부할 때만 해도 입시생들의 책상앞에 붙어 있던 대표적인 글귀중의 하나가 ‘사당오락四當五落’ 이었다. 네 시간 자면 합격이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지금 생각해도 섬뜩한 글귀이다. 그때만 해도 대학으로 가는 신통 주문인냥 잠 올 때 마다 이 글귀를 바라보며 잠을 쫓으려고 기를 쓰는 친구들을 심심치않게 보았다. 심지어 이 글귀가 담긴 종이를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당오락속에 나를 해치는 엄청난 함정이 숨어 있음을 새삼 발견하고 있다. 내 몸 일등의 시크릿은 사당오락이 아니라 ‘오당사락五當四落’이다.

직장인 김몰두씨가 나를 찾았다. 낮에 너무 졸리고 피곤한데다가 업무능력까지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급기야 생전 싫은 소리 한번 안하시던 직장상사로부터 요즘 작성하는 기획서가 이전에 비해 부실하다는 꾸지람까지 들었다고 한다. 일하나는 깔끔하게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던 김씨는 매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그는 문진과 검사에서 전형적인 과로 증상 이외에도 혈압 증가, 심장 부담 등의 위험 요소들까지 발견되었다.

진료실에서 엄마들이 하나같이 털어놓는 고민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비만과 키 성장이다.

아동 비만이나 키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가 늦은 잠자리이다. 아이들의 성장호르몬은 10시쯤 분비되기 시작해서 새벽 2시까지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비만하거나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 아이들의 뒤에는 한결같은 엄마의 공부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 공부욕심에 잠잘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10시전에는 재우세요”라거나 한술 더떠 “9시에 재우세요” 라고 권고하면 엄마들은 자녀교육의 고충을 모르는 남자의 무심함을 타이르는 듯 답답한 사람보듯이 나에게 대꾸한다.

“선생님, 그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숙제도 하고 예·복습도 하려면 그 시간에 어떻게 재워요?”

늦게 자면 성장 호르몬이 분비가 안 되어 키도 안 클 뿐더러 소아 비만에도 빠지기 쉽다라고 타이르던 나는 요즘엔 “그러시면 오히려 공부못해요”라는 새로운 엄포용 무기를 장착하였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잠자는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사당오락파’ 엄마들은 처음 들어보는 홍두깨같은 이야기에 자기 귀를 의심한다.

숙면을 하게 되면 피로가 말끔하게 씻기고 다음 날 생활하는데 활력이 넘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진실이다. 실제로 자는 동안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장 박동수, 호흡수, 근육 긴장도등이 감소되어 우리 몸은 휴식하게 되며 낮동안 활동하면서 쌓인 피로 물질을 분해하고 몸 속의 염증을 낮추는 자정 효과가 발현된다.

그런데 잠의 또다른 시크릿은 ‘잠을 잘 자면 머리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잠은 깨어있는 동안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여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또 다른 형태의 학습 공고화 작업이 이루어지며 두뇌 활동에 필요한 물질들을 합성하고 옮기고 저장한다. 따라서 잠을 푹 자야 대다수의 사람들은 뇌활동을 극대화할 준비를 하게 된다. 2000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24명의 학생에게 어떤 영상을 보여준 다음, 한쪽 그룹은 그날 수면을 취하게 했고, 다른 그룹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2일째, 3일째 양쪽 모두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했다.

4일째 검사를 했을때 첫날 수면을 취한 그룹에서 성적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잠을 잔 시간이 적을수록 성적은 떨어졌다. 수면이 뇌를 쉬게 하는 효과 뿐만 아니라 뇌에 들어온 정보와 기억을 선명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유사한 실험으로 비슷한 학습 능력을 가진 두 사람에게 3글자로 된 무의미한 철자 10개를 암기하게 했다. 그리고 한 사람은 잠을 재우고 한 사람은 잠을 재우지 않고 검사를 하였더니 암기한 뒤 바로 잔 사람이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런 결과들은 공부할 때 열심히 공부하고 애써 잠을 줄이지 말고 오히려 충분한 수면을 취해주면 더 좋은 성적을 받을수 있다는 새로운 시크릿을 이야기 해준다.

앞서의 김몰두씨는 전형적인 일중독으로 야근이 잦고 직장 업무를 집에까지 가져가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보니 항상 잠이 부족하였다. 저녁에 일을 하다 잠이 오더라도 억지로 참고 잠을 청하지 않았다. 예민한 성격인 그는 잠시간을 놓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잠을 청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자는둥 마는 둥 하며 잠을 청하며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평균 30분은 되었다. 잠 때를 놓친 그가 오히려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서 30분이상을 허비한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사실이었다.

김몰두씨에게 집에까지 일을 가져오지 말고 잠이 오면 바로 잠자리에 들라고 처방하였다. 밀린 일 때문에 그러기 힘들다고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던 그는 이내 수긍하고 내 처방을 따랐다. 몸의 컨디션이나 낮의 업무 퍼포먼스에 켜진 적신호를 무시할수 없었던 탓이다. 그렇지만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이렇게 잠을 많이 자도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고 다음부터는 잠을 자려고 하니 오히려 잠이 오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김몰두씨에게 내린 처방은 몸이 원하는 만큼 자라, 잠이 오면 미루지 않고 반드시 잠자리에 들어라, 억지를 잠을 청하지 말고 잠이 오지 않으면 바로 일어나라, 그리고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숙면 훈련에 성공한 김몰두씨의 수면 시간은 하루 5시간 30분 정도에서 7시간 정도로 늘었다. 일중독인 김씨가 늘어난 수면 시간이 줬을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내 처방을 잘 지킬수 있었던 것은 이후 일어난 변화의 긍정적 효과 때문이었다.

낮 시간의 업무 집중도가 올라간 덕에 오히려 야근 횟수가 줄어들고 업무처리 속도도 향상되었다. 아침의 멍한 증상은 씻은 듯 사라졌고 점심 먹고 난후의 극심한 피로도는 점심식사후 20분 가량의 생각중지 훈련으로 개선되었다.

피로로 운동할 엄두도 못내던 김씨는 하루 30분씩의 산보와 스트레칭 역시 무리없이 할수 있게 되었다. 고혈압으로 진입할 위기에 놓여있던 혈압은 정상수치를 되찾았고 다시 검사한 심장부담수치 역시 호전되었다. 무엇보다 그를 흐뭇하게 하였던 것은 직장 상사의 대견한 미소와 더불어 이전의 엘리트 사원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 몸 투자 10% 원칙에 따라 수면 시간을 늘린 탓이었다.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몸이 원하는대로 수면하라. 그것이 건강수명까지 늘린다는 것이 또하나의 ‘9988234’시크릿이다.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① 건강의 세 가지 길
② 당신 몸의 빚을 알고 있나요?
③ 신종 플루 피해가는 비법
④ 그녀가 목마름을 배고픔으로 착각했던 이유
⑤‘내가 없으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 봐라
⑥ 초우량 삼성처럼 내 몸 경영 하는 법
⑦ 내 몸 경영의 목표는 전성기의 나
⑧ 술도 안 먹는데 지방간이? 알고보니
⑨ 잠 5시간 반→7시간, 놀라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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