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대신 받은 가방에 히로뽕…보상금 적어 소송냈다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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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사당국의 현실성 없는 예산 때문에 마약사범을 신고한 시민이 재산상 손해까지 감수하게 됐다.

姜모(35)씨는 97년 12월 8백만원을 빌려간 黃모(43)씨가 담보로 맡긴 가방 속에서 히로뽕을 발견한 뒤 고민에 빠졌다.

신고를 하면 빌려준 돈은 영영 떼이게 되기 때문. 하지만 姜씨는 시민정신을 발휘, 검찰에 신고를 했고, 검찰은 黃씨 등 일당 7명을 체포하고 시가 2억3천여만원 상당의 히로뽕 1.5㎏을 압수했다.

그러나 姜씨가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은 4백만원. 마약류보상금 지급규칙에 정한 지급 상한액인 1천5백만원은 물론 黃씨에게 빌려준 금액에도 미치지 못한 액수였다.

姜씨는 "신변위협을 감수한 시민이 재산손해까지 보면 누가 신고하겠느냐" 고 항의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마약사범 신고자 보상금으로 책정된 예산이 1억7천만원에 불과하고 이 범위 안에서 다른 신고자와의 형평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姜씨는 분한 마음에 행정소송을 냈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재판장 李在洪부장판사)도 26일 "보상금 지급은 법무장관의 재량사항" 이라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 관계자는 "姜씨 사정은 딱하지만 수사기관의 위법은 없다" '며 "급증하는 마약사범의 신고를 장려하려면 보상금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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