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강다리 노선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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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용산역 일대를 첨단 국제업무단지로 개발할 경우 발생하는 교통량 처리를 위해 새로운 교량 건설은 불가피하다. " (서울시)

"사유지인 아파트 동(棟)사이를 관통해 교량을 건설하겠다는 발상은 주민의 주거 안정과 재산권을 무시하는 처사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 " (이촌동 주민)

서울 용산구 이촌2동~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옆 한강 둔치를 연결하는 신용산대교(가칭) 건설을 놓고 서울시와 이촌동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철도청과 서울시가 최근 용산역 일대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한강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 신용산대교의 신설을 계획하면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신설 교량의 노선이 대림아파트 단지 안을 관통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반발이 구체화된 것. 용산구 이촌2동 대림아파트(94년 재건축) 6백38가구 주민들은 최근 국무총리실.건설교통부.철도청.서울시 등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신용산대교의 북단이 한강과 나란히 지어진 이촌2동 대림아파트 103동과 105동 사이 폭 30m구간을 지나도록 돼 있어 왕복 6차로 교량(폭 최소 34m 이상 필요)은 물리적으로 들어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103동에 거주하는 최완남(崔完男.54.부녀회장)씨는 "한강철교와 강변북로 확장으로 이미 소음과 분진 피해가 적지 않은데 또 다른 다리가 단지 안에 들어설 경우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 고 호소했다.

대림아파트 입주자대표회 김흥래(金興來.51)회장은 "원효대교 옆에 교량을 신설하는 등의 대안을 서울시가 마련해야 한다" 며 "아파트 통과노선은 어떤 경우도 받아들일 수 없다" 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원효대교쪽에 교량을 신설해서는 용산역 일대 교통량을 처리할 수 없다" 며 "아파트 1개동을 매입해 주민을 이주시키고 철거하는 방안을 철도청과 협의하겠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노선 외에 대안을 찾기 힘들 경우 아파트 통과구간만이라도 편도 3차로.폭 20m의 2층 교량을 만들고 소음 해소를 위해 투명유리 터널을 씌우는 개선안을 세울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교량신설은 장기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보고 연내에 당초 계획했던 노선구간에 대해 도시계획시설 결정 절차를 진행키로 해 주민들과 마찰이 우려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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