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익률 113% ‘러·브 펀드’… 사랑해도 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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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두 나라 증시가 급등한 데는 원자재 값 상승의 영향이 컸다.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는 에너지·원자재 관련 기업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경제지표로 속속 확인되면서 원자재 값은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원자재를 사들이는 투기적 수요도 늘고 있다. 브라질의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리·니켈·납 등 주요 비철금속의 가격은 올해 저점과 비교하면 배로 뛰었다. 러시아 증시와 관련이 큰 국제유가도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보고 있다.

두 나라의 제조업 경기도 회복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모두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8월에 기준선인 50을 넘어섰다.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중국과 달리, 여전히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증시에 긍정적이다.

그럼 이미 급등한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가 더 오를 여지가 있을까.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브라질은 중국과 함께 내수 기반 면에선 가장 탄탄한 이머징 국가로 평가된다. 2014년 월드컵에 이어 2016년 여름 올림픽을 유치하는 등 증시에 호재가 될 만한 소식도 이어졌다. 하지만 주가가 단기간에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16일 현재 보베스파지수는 6만6200.49포인트로 지수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5월 수준(7만3000대)에 근접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추문성 해외운용본부팀 이사는 “브라질은 내수가 안정적이어서 장기적으로는 추가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지수가 워낙 가파르게 오른 게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브릭스 4개국 중엔 싼 편이다. 현재 러시아 RTS지수(1408.68)는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1000포인트 이상 떨어져 있다. 지난해 말 지수가 80%나 빠졌기 때문에 아직도 회복을 못한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저평가된 러시아 증시의 매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팀장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원유 소비가 늘면 가장 큰 수혜를 볼 만한 시장이 러시아”라며 “지금 투자하기에도 비싸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회복 속도 면에서는 브릭스 4개국 중 러시아가 가장 느리다 보니 신중한 의견도 나온다. 현대증권 김용희 연구원은 “러시아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10% 정도로 회복이 매우 더디다” 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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