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할아버지 '이름없는 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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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누울 자리는 봐 놨어. 이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청 사회복지과에는 허름한 한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찾아 와 평생 모은 재산 2000만원을 내놓은 뒤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시청 직원들은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이런 미담이 알려져 주위에 감동을 주고 다른 사람이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이름이라도 알려 달라"고 통사정했다.

이 할아버지는 자신을 그냥 안동시 풍천면에 살고 있고, 나이는 올해 88세라고만 소개한 뒤 안동시 정상동 경안신육원과 북후면 애명노인마을 관계자에게 전해달라며 1000만원짜리 수표 두장을 맡겼다. 경안신육원에는 부모 없는 유아에서 17세 청소년까지 70명이, 애명노인마을에는 형편이 어려운 혼자 사는 노인 50명이 생활하고 있다.

시의 가정아동복지담당 박인숙(44)씨는 "할아버지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차례 물어 봤으나 '절대 기탁 사실을 알리지 말라'며 총총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안동=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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