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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프랑스서도 또 곤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17일간의 일정으로 유럽.중동을 순방 중인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에 이은 두번째 방문지인 프랑스에서 강한 비난 여론과 반대 시위로 곤경에 처해 있다.

프랑스내 중국의 망명 반체제 인사들과 파룬궁(法輪功)지지자, 인권.시민단체들은 물론 여야 정치인들까지 江주석에 대한 비난과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의 오찬회동이 있었던 23일 리옹에서는 국제사면위원회와 '국경없는 기자회(RSF)' 가 주도한 시위가 2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내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양국 정상이 회동한 '라 투르 로즈' 레스토랑 창문에 티베트 지지 문안이 새겨진 티셔츠를 내걸려던 한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앞서 江주석이 리옹에 도착한 22일 저녁에도 웨이징성(魏京生)등 중국 반체제인사들이 주도한 시위가 수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졌다. 웨이징성은 이날 "손에 피를 묻힌 독재자를 초청할 때는 앞으로 살인을 줄여달라는 부탁부터 해야 한다" 고 비꼬았다.

티베트 독립운동가들도 파리 주재 중국문화원 건물 정면과 출입구에 빨간색 페인트를 퍼붓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

江주석이 파리에 도착하는 24일에도 파리 시내 바스티유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국제사면위는 江주석의 5일간 프랑스 방문 기간 중 수차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RSF도 "江주석이 취임한 뒤 중국 기자 48명이 투옥됐고, 이중 10명은 아직 수감 중" 이라고 비난하며' 수감 중인' 기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江주석 비난 대열에는 중도우파인 프랑스민주동맹(UDF).자유민주당(DL).녹색당.극우 국민전선(FN)은 물론 집권 사회당(PS)까지 가세했다.

알랭 마들랭 자민당 당수는 "江주석은 중국의 피노체트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 단언했다.

이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시라크 대통령은 외교상 이례적으로 江주석 부부에게 16세기에 지어진 자신의 사저 비티성에서 주말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극진히 예우하고 있다.

江주석은 정상회담 직후 25억달러(3조원)상당의 에어버스 여객기 28대를 구매하겠다는 발표로 시라크 대통령의 배려에 화답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는 듯 "중국이 현재 계획 중인 베이징~상하이간 고속전철 노선에 운행할 열차로 프랑스 테제베(TGV)를 택해달라" 고 요청했다.

江주석은 26일 프랑스를 떠나 포르투갈.모로코.알제리.사우디아라비아 등지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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