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무서운 경로당…1년 난방비 한달이면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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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남 창원시 용지동 용지경로당 노인회원 40여명은 겨우내 반찬 없는 밥을 먹기로 했다. 당국이 주는 총 25만원의 난방비로는 겨울을 날 수 없어 한명당 1천4백원이 나오는 식비 일부를 기름값에 보태기로 한 것이다.

충북 청주시 덕동의 덕벌노인정은 요즘 보일러를 하루 30분밖에 돌리지 못한다. 난방비가 부족해서다. 동사무소에서 곧 난방비 25만원이 나온다지만 겨울을 나기는 턱없는 금액이다.

청주시 용담동 용담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운영비가 바닥나 등유 2드럼(19만6천원)을 외상으로 샀다. 6드럼(약 60만원)으로 지난 겨울을 겨우 났는데 올해도 춥게 지내게 됐다. 나머지 비용은 전기나 수돗물.반찬값을 아껴 써 충당하고 여기저기 손을 벌려야 한다.

노인정 노인들은 겨울이 무섭다. 난방보조금이 적어 춥고 긴 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노인정당 연간 난방비 25만원은 등유 4백46ℓ(ℓ당 5백60원 기준)를 살 수 있는 금액. 노인들은 보통 한해 5~6개월 이상 보일러를 돌려야 하는데도 애초부터 1백5일을 기준으로 책정했으니 모자라게 돼있다.

그마저 사용하지도 않는 연탄(5백장)을 기준해 비현실적으로 보조금이 책정돼 있다. 게다가 노인회원이 20명이 안되고 화장실 미설치 등 시설기준이 맞지 않아 등록하지 못한 경로당(충북의 경우 1백22곳)은 그나마 아예 지원혜택이 없다.

경남도의 경우 3천8백49곳의 경로당이 있으나 예산부족으로 7백40곳이 한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천시 중구의 경로당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구청장이 구내 54개 경로당에 노인복지기금조로 10만원씩을 별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층으로 된 중앙동 중앙경로당은 한달 연료비만도 최소 33만원 이상이 소요돼 추위를 면하기 힘들다.

궁여지책으로 할머니방의 난방을 수시로 중단해 할아버지방을 데우고 있다. 또 폐지수집을 통한 수익금과 매달 3천원씩 내는 회비로 부족한 연료비를 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보건복지부가 연간 난방비를 25만원으로 묶어놓아 사정이 나은 자치단체도 추가 지원이 어렵다" '며 "정부가 난방 보조예산을 대폭 올리고 기름값에 맞춰 탄력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남영.정영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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