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천지분할문제 어떻게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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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경.영토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확정 공포된 내용이 아닌 설(說)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칫 당사국간의 민족적 자존심 내지 감정대결로 치닫기 쉽다.

우리 영토는 3면의 바다와 1면의 내륙 육속(陸續)지대로 형성돼 있는데 주변 모두가 경계 및 영유권 문제를 안고 있다.

백두산 육속지대를 비롯한 간도, 두만강 하류상의 녹둔도, 해상의 도서 귀속문제 등등 영속(領續)시비를 내포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 천지 분할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대하다. 이러한 민족적 숭앙처가 국토 분단으로 자유로이 가볼 수 없는 지역이 된 데다 납득키 어려운 천지분할설까지 제기됨으로써 속시원히 확인해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겹치고 있다.

북한.중국간의 비밀 국경협상조약에 따라 천지를 반분설(半分說) 또는 북한 60%, 중국 40% 분할설과 함께 심지어는 북한측 영토가 2백80㎢가량 넓어졌다고 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백두산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16개 봉우리 가운데 제운봉.와호봉.관면봉 등 3개의 봉우리는 북한과 중국 양측에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국경선도 과거 청.일간에 그었던 정계비(定界碑) 서쪽의 연지천 동쪽 지류의 압록강 도달선을 압록강 상류중 서쪽에 있는 시령하(時令河)에서 서북방향의 2283.0고지 2457.4고지를 경유, 산 능선을 따라 관모봉에 이르는 것으로 했다고 한다.

이 국경선은 약간의 굴곡은 있으나 대체로 직선으로 돼 있다고 한다.

그리고 관모봉에서부터는 산 능선을 따라 서북방향으로 나가면서 와호봉.제운봉 2462.6고지를 지나는데 국경선은 산악 분포에 따라 구불구불한 형태를 이루며 위의 2462.6고지에 다다르면 국경선은 동북방향으로 구부러져 천지를 지나 백두산 동쪽 국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경선의 설정으로 과거 간도협약에 의한 석을수 경계선보다 북한측 영토가 넓어졌다는 설과 주장이 간간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상의 여러 설과 주장은 북한.중국간에 맺은 국경조약이 공표되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좀처럼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우리는 다음 몇가지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하겠다.

먼저 북방영토 문제는 1712년(조선조 숙종 38년) 5월에 세워진 백두산 정계비에 있는 '동위토문' (東爲土門)이라는 명문에 기초해야 한다.

즉 토문은 오늘날 송화강 지류인 토문강인데 이 엄연한 사실에 대해 중국측은 얼토당토 않게 두만강이라고 우김으로써 사단을 일으켜온 것이다.

이같은 후유증은 북방문제를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게 했고 여기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이 간도문제에 끼어들어 불법부당하게 두만강 지류인 석을수를 국경하천으로 정하는 바람에 우리의 북방국경.영토문제는 가일층 꼬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광복 이후 일제에 의한 이 협약은 무효화됨은 물론 그 구속력을 상실함으로써 우리는 민족사적 정통성에 입각한 영토권 내지 국경선을 재설정해야만 한다.

즉 석을수 아닌 토문강을 국경으로 할 때 간도 귀속문제는 물론 백두산 북방육속지대와 녹둔도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62년 북한.중국간에 체결됐다는 '도문강중.조변계조관' (中.朝邊界條款)에 의한 천지분할이나 주변 국경 설정은 명백한 반민족적 처사로 지탄받아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상기해야 할 점은 간도협약을 체결한 일본이 제작한 5만분의 1 조선전도에도 엄연히 백두산은 우리나라 영토로 돼 있으며 천지가 우리의 영토임을 이 전도 6백88면에 뚜렷이 명기하고 있다.

천지분할이든 아니든 우리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천지에 대한 북한.중국측의 조사내용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이는 천지 영유문제에 대한 양측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깊게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제반 사실에 입각해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83년 9월 '백두산 영유권에 관한 결의안' 을 제출한 바 있고 이에 대해 당시 국무총리와 외무부장관은 "백두산은 분명한 대한민국의 영토" 라고 답함으로써 국민적 영토의식을 일체화했다.

이제 북한.중국이 체결했다는 국경조약도 37년이 지났음이 사실이라면 조속히 대내외에 공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 지도상으로나 인쇄물을 통한 암시만 하는 것은 올바른 처신이라 보기 어렵다.

이제까지의 북한.중국이 취하고 있는 변경문제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 현지 조선족들의 현실안주적 입장과 맞아떨어져 이후 우리를 자극하는 설들이 계속해 번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끝으로 국경.영토문제는 모름지기 공포된 조약에 따른 사실을 바탕으로 제기돼야 하며 분분한 설과 주장은 국민적 영토의식 내지 시각을 흐리게 할 따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차제에 북한측은 없어진 정계비석을 찾아내 원상복구케 하고 정계비 건립 당시에 축조한 경계표석의 보호관리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향후 우리의 북방 국경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할 책무를 잊지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북방영토문제와 관련조약 및 실상을 밝히는 데 적극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국경영토문제는 당사국간의 소리없는 전쟁이라는 자세로 대처해 주기 바란다.

양태진<동아시아영토문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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