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는 게이츠 … 전작권 카드 꺼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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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A&M대학에서 열린 촛불재단 창립 20주년 기념 포럼에서 연설을 한 뒤 함께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오른쪽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 게이츠 장관은 한·미 안보협의회(SCM) 참석 등을 위해 18일 출국했다. 한국·일본·슬로바키아를 순방한다. [컬리지스테이션 로이터=뉴시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과 관련해 “(최종 결정은) 2012년의 상황이 어떨지 기초해(based on)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미 군당국자들의 전작권 언급은 지금까지 원칙론을 벗어나지 않았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아예 언급하지 않은 채 “예정대로 2012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발언 자체가 처음이다. 물론 이 고위 당국자 역시 당초 계획대로 이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No Worries)고 전제했다.

그는 “내년이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며, 따라서 한국군이 전작권을 넘겨받을 때가 됐고 이는 동맹의 자연스러운 진화”라면서 “그때(2012년) 한국의 군사적 조건과 능력이 전작권 전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한·미 간의 전작권 전환 합의문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기 전 (한반도의) 정치적 조건에 대한 지속적 평가와 명백한 결정을 하도록 매우 분명하게 돼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의 발언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자 미국 내에서 연기론이 먹혀들 여지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렀다.

게다가 이런 언급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21일 방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11월 중순 방한을 앞두고 나왔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4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협의 결과는 11월 서울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지난주 북한의 KN-02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일명 독사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와 1874호 위반이라고 미 국방부는 판단했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독사 미사일 발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활동으로 간주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 이와 관련, “유엔 결의 위반 여부는 미사일 사거리 등 특징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판단할 문제”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국무부의 이 같은 반응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화국면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강경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됐었다.

그러나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유보적 입장과는 달리 “미국은 주로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주목하고 있지만, 실제로 단거리 미사일이 우리의 동맹인 한국·일본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동맹들을 위해 확장억지력 등 방위의무를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해 온도차를 느끼게 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전작권 전환 관련 한·미 주요 발언

▶2006.7=미국 “전작권 2009년에 전환”

▶2006.9.15=노무현·부시 대통령, 전작권 전환 합의

▶ 2007.2.24=김장수·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전작권 2012년 4월 17일 전환 합의

▶ 2008.1.28=벨 주한 미군사령관 “전작권 이양 시기 재협상은 정치적 사안, 군사적 관점에선 온당치 않다”

▶ 2009.4.29=샤프 주한 미군사령관, “한·미 군사 분야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전작권 전환”

▶ 2009.5.30=이상희·게이츠 국방장관 2012년 4월 전환 합의 재확인

▶ 2009.10.13=김태영 국방장관, “전작권 전환에 따른 새로운 동맹군사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정착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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