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이수호기자의 정치 따라잡기(8월 다섯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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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언제 시원한 날이 오나 싶었는데 말입니다.정치권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었으면 합니다.항상 국민들에게 짜증만 주는 정치권이 되서는 안되겠지요.그런 의미에서 이번 9월은 한번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왜냐하면 17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내달 1일 개회됩니다. 무려 12월9일까지 100일간의 회기로 말입니다.이번 정기국회에선 중요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참입니다.경제가 그야 말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회생시킬 방안을 법으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개혁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여야가 어떻게 머리를 맞댈지 궁금합니다.언제나 그렇듯 서로 양보하기보다 정치적 이속을 따지지 않을까 우려도 되지만 처음에 강조했듯 희망을 한번 걸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위해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여의도에 오피스텔을 얻어 24시간 상주하며 진두 지휘할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그는 "정통 민주개혁세력이 의회권력 교체를 통해 입법부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후 열리는 첫 정기국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그러면서 "경제살리기와 함께 역사적 임무인 개혁입법을 완수해 개혁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김덕룡 원내대표의 각오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는 "이번 정기 국회가 노무현 정권 1년6개월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하는 자리"라며 "여당의 악법과 졸속입법 시도는 저지하되 정책을 놓고서는 정의로운 경쟁과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대야소 의석 분포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국가보안법 개폐, 친일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을 비롯한 과거사 관련 입법,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등 개혁 입법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한나라당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또한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기금 관리기본법,사립학교법, 남북류협력법, 공직자윤리법, 의문사진상규명법 개정 등을 놓고도 여야간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주요 이슈별로 각 당 입장을 점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국가보안법 입니다. 국가보안법 개폐는 열린우리당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임종석 의원 등 84명의 의원들이 보안법 폐지 추진하고 있습니다.반면 유재건,안영근 의원 등 중도파 17명은 개정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여당은 30일에도 의원 총회를 열어 이 문제를 조율할 예정입니다.그러나 개정이든 폐지든 국가보안법이 갖고 있는 인권 침해 요소 등 독소조항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국가보안법은 대폭 손질 내지 혹은 대체 입법 쪽으로 가닥일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이 상당 정도 사문화돼 상징성만 남아있는 수준이 된만큼 불고지죄, 찬양.고무죄 등 일부 시대흐름에 뒤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만 개정하자는 입장이 다수입니다.일부에선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걸 계기로 '폐지 불가'목소리도 높아가고 있구요.이런 의견 충돌이 어떤 결론을 낼 지 잘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이미 당론으로 정해놓았습니다. 친일진상규명법도 큰 논란이 예상됩니다.열린우리당은 지난 3월23일 국회를 통과한 친일진상규명법이 발효되는 내달 23일 이전에 진상규명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입니다.그러나 한나라당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은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이 부분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포함돼 있어 더욱 예민한 대목 입니다. 경제와 관련해서 기금 관리기본법이 여야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연기금의 주식.부동산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초반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그러나 한나라당은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 전면 허용에 반대키로 하고 오히려 기금운용에 대한 국회심의를 강화하는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방안은 경제침체와 증시실패를 덮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려는 것으로, 이럴 경우 공적 연금의 안정성을 훼손.부실화하는 등 '제2의 카드대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이번 정기국회를 '100일 전쟁'이라고도 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정기국회에서 '과반의 힘'보이지 못하면 향후 정국운영 난관 봉착한다는 판단에 따라 법 통과에 배수진 쳐놓고 올인한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 입장에선 순순히 정국 주도권을 여당에게 넘겨줄 수만은 없겠지요.이 때문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이고 자칫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할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야가 자신들이 이익을 위해서만 싸움을 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또다시 질타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는 17대 국회는 물론 정치권이 새롭게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이수호기자 영상편집=이병구 기자 ‘정치 따라잡기’ 지난 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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