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민정이양 늦어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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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슬라마바드.워싱턴.뉴델리 AP.AFP〓외신종합]파키스탄 군부 지도자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참모총장은 18일 새벽(한국시간)정국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무샤라프 총장은 쿠데타 이후 5일만에 TV로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을 통해 앞으로 국정을 이끌 '국가안보회의' 를 설립하고, 궁극적으로는 민간정부에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계엄통치의 기한이나 구체적인 민정이양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무샤라프는 또 인도와의 접경지대에서 일방적인 군축조치를 단행한다고 밝히고 인도와의 조건없는 회담을 제의했다. 이와함께 그는 국가안보회의 발족을 골자로 한 7개항의 국정 운영안을 제시하면서 "헌법은 일시 중단됐을 뿐이며 안보회의는 민주주의로 가는 또다른 길" 이라고 주장했다.

새로 설립된 국가안보회의는 무샤라프 총장을 수반으로 공군.해군 참모총장과 사법.재정.외교.내정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전문가들로 짜여진 싱크탱크의 자문을 받는다.

국정운영 7개항에는 ▶부패정치 청산 ▶불법축재 재산 몰수 ▶대미 우호관계 지속▶이슬람국가들과 신뢰구축을 골자로 하고 있다.

파키스탄 국민들은 무샤라프의 군정계획을 환영했다. 파키스탄 경제 중심지인 카라치에서는 국정운영계획이 발표된 직후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추며 환영했다.

전 파키스탄 주미대사 말리하 로드히는 "파키스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이처럼 솔직히 인정한 것은 드물었다" 고 평가했다.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무샤라프측의 1차적인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은 무샤라프측이 예상보다 유화적이라는데 안도하면서도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조기 민정이양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데 실망했다" 고 논평했다. 특히 서방은 무샤라프가 발표한 7개항이 모두 장기계획이라는 점을 들어 7개항 완수를 빌미로 군정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공약은 지난 77년 지아 울 하크 장군이 줄피가르 알리 부토 정권을 쿠데타로 전복시킨 뒤 발표한 공약과 유사하다. 하크는 12년간 통치했다.

무샤라프의 이번 발표도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가장 민감한 인도는 군축이 시늉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브라제시 미스라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작 중요한 것은 국경선이 아니라 통제선" 이라며 "국경선에서의 병력감축은 의미가 없다" 고 주장했다. 또 정규군과 관계없이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 활동에 대한 약속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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