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안정감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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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우리 경제에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도 그렇거니와 정치.사회쪽도 갈등요소가 증폭되고, 목표없이 떠밀려가는 느낌을 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위기극복을 통한 경제회생, 그리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재도약이라는 목표가 명료해지기는커녕 경제의 방향과 목표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극복의 토대를 제대로 구축하고 안정된 사회를 위해 '전체' 를 다시 추스를 필요가 절실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10%선에 달하고 4분기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실제 올해 정부는 저금리와 재정확대로 경제활성화에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기술적 반등요소가 많다지만 연초까지만 해도 3%선으로 예상했던 성장률이 7~8% 증가가 예상되고 소비심리회복과 수출신장세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의 절실한 과제인 구조조정은 예상보다 부진함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국내외 변수들의 등장으로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석유와 원자재 가격상승은 물가.국제수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처리와 투신문제로 거듭되는 고민 속에 지난 주말에는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한때 1만선이 붕괴돼 우려할 변수로 등장했다. 조정국면에 들어간 국내증시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함께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는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여러 요인들로 인해 기업의 안정감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지금쯤 내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기업들이 계획을 짤 엄두도 못낸다는 말이 많다. 한치 앞을 예견키 힘든 금융시장여건이나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감 상실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의료보험통합 연기와 과세특례제 폐지 논란에서 보듯이 선거를 의식한 경제 흔들기가 가속화되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그런 현상은 더하리라는 걱정을 거두기 어렵다.

재벌개혁 역시 논란만 가열되고 공공개혁 등은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일정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투명성과 일관성이 확보돼야 할 경제와 기업활동에 불투명성과 예측성 저하가 가중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에 여전히 주요한 것은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키워가는 일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구조조정이 물건너간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구조조정의 회피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총선이 모든 것이 되다시피 한 지금의 분위기로는 곤란하다.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 속에 구조조정이 실종되지 않도록 다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다른 고려없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정감있는 경제여건 마련이다. 예측가능하고, 일관성과 투명성이 있는 경제정책과 집행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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