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보증수리"는 거짓…새車에 AS비용 포함 소비자에 안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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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년전 중형 승용차를 산 회사원 崔모(33)씨는 최근 차량 구입가격에 무상보증 수리비용이 슬쩍 포함돼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중형 승용차라면 1백만원 정도의 무상 수리비용이 차량 가격에 포함돼 있을 것" 이라는 귀띔을 받은 것이다.

"지금까지 애프터서비스(AS)를 한번도 받지 않았는데 1백만원이 넘는 서비스 비용이 차값에 포함돼 있다면 당연히 돌려받아야지요. " 崔씨는 현재 소비자보호원 등을 찾아가 피해보상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

현대.대우.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새 차를 판매하면서 차량가격의 6~12%에 해당하는 무상보증 수리비용을 구입자에게 알리지 않고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내 자동차 3사(社)가 국회 건교위 황학수(黃鶴洙.국민회의)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를 통해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차량가격에 포함된 무상보증 수리비용은 ▶경차 6%▶중.소형차 8%▶대형차 10~12%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공장도가가 1천1백90만원인 EF쏘나타(오토 기준)에는 1백만원의 수리비용이 포함돼 있으며, 5백70만원인 마티즈MD(오토)에는 42만원이 들어 있다.

국내 회사들이 보장하는 애프터서비스에는 ▶일반 부품 2년.4만㎞까지 보장▶엔진.동력전달장치 3년.6만㎞까지 보장▶배출가스부분 5년.8만㎞까지 보장 등 통상적인 서비스 외에 당연히 자동차회사측이 물어야 하는 리콜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무상 수리기간 중 부품을 교환하지 않거나 리콜되지 않은 승용차 소유자들은 고스란히 수리비용을 손해보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10년타기운동본부' 임기상(林奇相)대표는 "국내 자동차회사의 애프터서비스 내용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 회사의 내용에 훨씬 못미치면서 제작상 결함인 리콜 비용까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시킨 것은 부당하다" 고 지적했다.

林씨는 또 "96년 자동차 3사가 선불로 받았던 무상보증 수리비용 중 8백억원을 광고비로 전용해 사용하기도 했다" 며 "자동차 회사들은 무상수리를 받지 않은 고객은 그만큼의 수리비용을 돌려줘야 한다" 고 주장했다.

미국 자동차회사의 경우 차량 구입자에게 사실을 알린 뒤 통상 10% 이내에서 무상 서비스 비용을 차량가격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고 무상 보증기간도 5년.6만마일(9만6천㎞)로 국내보다 훨씬 나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 黃의원은 "자동차 3사가 무상보증 수리비용을 차량가격의 6~12%까지 일방적으로 포함한 것은 부당,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黃의원은 또 "제작사의 결함으로 차량이 리콜된 경우에도 소비자가 리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모순이므로 자동차회사들이 무상 수리비용 내역을 공개, 남은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자동차 3사측은 "이같은 무상 수리비용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결코 비싼 수준이 아니다" 고 해명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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