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얼룩진 ‘순수의 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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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파키스탄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15일 라호르시 외곽 마나완 경찰학교를 공격해 경찰 9명을 포함해 14명이 숨졌다. 경찰과 구조요원들이 시신을 무장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탈레반은 이날 4곳의 경찰시설을 동시다발로 공격해 39명이 사망했다. [마나완 로이터=뉴시스]

파키스탄 무장 이슬람세력인 탈레반이 15일 연방수사국(FIA)과 경찰학교 등 4곳을 동시 공격해 정부 관리·경찰·시민 등 39명이 숨졌다. 앞서 10일 탈레반은 파키스탄 군사령부를 습격해 인질극을 벌여 20여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군·보안기관·경찰 등 탈레반 소탕전의 심장부인 파키스탄 정부기관을 겨냥한 연쇄 테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 4일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새 지도자 하키물라 마흐수드가 미군의 무인공격기 폭격으로 전임자가 사망한 데 대한 보복 경고 이후 10여 일 만에 160명 이상이 숨졌다. 그동안 수세였던 탈레반이 군 주둔 도시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건재를 과시하며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탈레반 소탕전을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 다시 전운이 깔리고 있다.

AFP통신은 15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동부 펀자브주(州) 주도 라호르의 FIA 건물에 중무장한 괴한 4명이 들이닥쳤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괴한들은 경비 병력과 총격전을 벌인 뒤 일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FIA 직원 등을 인질로 잡고 1시간30분가량 대치극을 벌였다. 펀자브주 고위 관리인 사자드 부타는 AP통신에 “괴한들의 공격으로 모두 8명이 사망했다”며 “정부 관리 5명뿐 아니라 무고한 시민 1명도 희생됐다”고 말했다. 통신은 괴한 2명도 사살됐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라호르 외곽 경찰학교 2곳도 습격을 받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라호르 인근에 위치한 마나완 경찰학교에 폭탄을 둘러메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 4명이 정문을 뚫고 들어와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총격 과정에서 경찰관 9명 등 10명이 숨졌으며 괴한 4명도 모두 사살됐다. 마나완 경찰학교는 3월에도 무장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던 곳으로, 당시 26명의 사망자와 9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라호르 공항 인근 베디안 경찰특공대 훈련소도 무장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테러범 5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북서변경주(州) 코하트에 있는 사다르 경찰서 정문에선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로 경찰 3명 등 모두 11명이 숨졌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15일 즉각 대응 공격에 나섰다. AFP통신은 파키스탄 공군이 폭격기를 투입해 탈레반의 거점인 남(南)와지리스탄주(州)의 군사 기지를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보안 관계자들은 2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민간에 숨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사망자 가운데 지역 주민들도 적잖이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2년간 탈레반의 무차별 공격으로 2200여 명이 희생되는 등 갈수록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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