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상주대 통합 작업 겉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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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노동일 총장이 15일 교과위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90억원의 국비가 투입되고도 경북대와 상주대의 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중복 학과의 통·폐합이 더딘 데다 두 대학의 특성화 작업도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15일 열린 경북대 국감에서 경북대와 상주대의 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북대 대구캠퍼스와 상주캠퍼스(옛 상주대)의 유사·중복 학과가 16개에 이른다. 유사·중복 학과로는 경북대 대구캠퍼스의 컴퓨터공학과·신소재공학부·기계공학부 등과 상주캠퍼스의 컴퓨터정보학부·나노소재공학부·기계자동차공학부 등이 꼽혔다. 이들 학과나 학부는 이름만 조금씩 다를 뿐 교과 과정이 비슷하거나 같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경북대가 지난해 교육부의 통·폐합사업 평가팀으로부터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하라는 지적을 받고도 지금까지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대학 측이 자체 평가보고서를 통해 비교우위에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강력한 통·폐합 작업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대구캠퍼스의 건축·토목공학부와 상주캠퍼스의 건축도시환경공학부를 제외하곤 통합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두 학교의 특성화 작업도 도마에 올랐다.

전체 교외연구비(외부에서 지원받은 연구비) 중 특성화 분야에 투입된 연구비 비중이 대구캠퍼스의 경우 2007년 40.3%에서 올해 34.6%로, 상주캠퍼스는 42%에서 34.8%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외연구비 투입액도 올해 대구캠퍼스는 501억2600만원이지만 상주캠퍼스는 19억7300만원에 지나지 않아 캠퍼스 간 연구비 배분이 균형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대는 2008년 3월 통합 대학으로 출범하면서 대구캠퍼스는 정보기술(IT)·기계공학·물리 및 에너지 분야를, 상주 캠퍼스는 축산 바이오·생태환경 분야를 특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학과 구조조정과 특성화 작업이 부진해 2008년 교육부의 통합대학 평가에서 전국 9개 대학 중 8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원금 중 2억400만원을 삭감당했다.

권 의원은 “유사·중복 학과의 통·폐합 전략을 마련하지 않은 채 자율적 통·폐합을 기다리는 한 캠퍼스별 특성화는 요원하다”며 “100억원이 넘는 예산 지원을 받는 만큼 대학본부는 강력하게 통·폐합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경북대 정희석 기획처장은 “다른 대학과 달리 통합 과정에 극심한 진통을 겪어 학과 등의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며 “자발적인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캠퍼스별 특성화 작업은 교육부에 제출한 이행계획서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고, 상주캠퍼스의 연구비가 적은 것은 학교 규모가 작은 데다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투자해야 할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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