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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조사' 韓·美 미지근…'정보공유'원칙만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6.25 전쟁중 발생한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의 진상조사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말 AP통신이 '노근리 사건' 을 보도한 이래 한국정부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보다는 대책단 구성 등 겉모습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은 또 한국정부에 '정보공유와 투명한 조사' 를 다짐하고 있을 뿐 한국과의 공동조사는 계속 피하는 모습이다.

현재 정부가 취한 가시적 조치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대책반을 구성했다가 대책단으로 격상한 것. 이 과정에서 국장급 반장이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단장)으로 바뀌었지만 그에 걸맞은 '대책의 격상' 은 없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정부는 노근리 외의 지역에서도 양민학살이 있었다는 증언이 줄을 잇고 있지만 신고 접수처 등 창구조차 마련치 않고 있다.

기초조사를 담당한 행정자치부도 "사건의 성격상 국무총리실이나 국방부가 할 일" 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도 "광범위한 조사를 위해 뜸을 들이고 있다" 며 정부가 순발력있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육군성 P T 헨리 인력차관보를 대책팀장으로 임명한 것말고는 조사방법도 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12일 방한한 스탠리 로스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도 한국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진상규명을 먼저 한 다음에 후속조치는 다시 논의키로 하자" 는 원론만을 거듭했다.

조사도 조사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문제 등 후속조치도 간단치 않다는 점이 미국의 조심성을 더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한.미 양국의 이같은 태도는 파문이 가라앉기를 바라는 일종의 시간벌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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