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 받은 블로벨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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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엔트로피(無秩序度)는 증가한다'.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등장하는 열역학 제2법칙이다.

최대의 엔트로피를 지향하는 우주공간에서 최소의 엔트로피로 진화된 인간이 어떻게 잠시라도 존재할 수 있을까. 70년대초 군터 블로벨박사가 주창한 신호가설(signal hypothesis)은 이러한 생물학계의 오랜 불가사의를 푸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신호가설이란 단백질이 세포내 어디에서 만들어져 어디로 이동하며 최종 목적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지시하는 신호물질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펩티드란 단백질 전단계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것.

인체는 모두 1백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1개의 세포 속엔 10억개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단백질은 내부장기나 살갗.머리카락 등 인체를 직접 구성하는 성분이며 효소로서 소화.배설 등 수만가지 신진대사를 주관하며 외적이 침입하면 이를 격퇴할 항체의 원료로도 쓰인다.

그는 신호가설을 통해 이들이 조금의 혼란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을 훌륭하게 설명했다.

인간은 물론 각종 동.식물, 이스트같은 곰팡이도 세포 내에 인간의 것과 똑같은 신호가설 체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의 가설은 이미 정설로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호가설의 도입으로 단백질이 수행하는 복잡한 생명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앞으로 신호물질의 구조와 기능이 명확히 밝혀진다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신호물질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갖가지 유전질환의 치료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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